아시아나항공(020560)이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지속됐던 재정난을 해소하는 한편, 채권단 지원에 앞서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확충으로 인해 채권단의 영향력이 커져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인수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5일 오전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발행 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관 개정안은 출석 주주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주식 총수는 종전 8억주에서 13억주로 늘어나고, CB 발행한도 역시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번 자본확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따라 더욱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 1·4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80%로, 직전 분기(1,387%)의 4.5배에 달한다. 부채는 지난해 4·4분기 12조5,951억원에서 1·4분기 13조2,41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완전자본 잠식에 놓였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의결한 것이다. 이날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올해 1·4분기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행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HDC현산은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은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추가자금의 차입,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 변경, 임시 주총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의 자금 차입과 영구채 전환, 정관 변경 등을 HDC현산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CB나 발행주식 총수를 확대할 경우 채권단의 영구채 전환 등으로 영향력이 비대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영구채 출자전환 등을 감안한다면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편이 유리하겠다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했던 국제선 운항을 일부 재개할 예정이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종결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운항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여객 수요 회복은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미국 댈러스와 오스트리아 빈 노선의 운항을 다음 달부터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미국·유럽 노선의 운항 횟수는 이달보다 늘릴 예정이다.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등의 운항도 늘리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은 일본의 입국 규제 강화 이후 중단했던 ‘인천∼오사카’ 노선을 다음 달부터 주 3회 운항하고, 7월 말부터는 매일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런던(주 2회)과 파리(주 1회), 터키 이스탄불(주 1회) 노선도 운항을 재개할 방침이다. 또한 홍콩과 호치민, 하노이, 방콕, 샌프란시스코, LA, 프랑크푸르트 노선 등의 운항은 이달보다 주 1∼2회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의 운항 재개는 선제적으로 노선을 열어두는 동시에 화물 공급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노선 운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