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하며 ‘렌털 왕좌’를 노리는 LG전자(066570)가 노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벽을 마주했다. 성장의 필수요소였던 방문관리 인력들이 만든 새 노조와 사측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향후 성장세도 달라질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등 LG전자가 소비자에 렌털하는 생활가전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관리하는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최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대외활동을 개시했다. 노조 측은 전국에서 활동하는 LG전자 케어솔루션 매니저 4,000여 명을 가입 대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특수고용직 노조로 첫 발을 내디딘 코웨이 코디·코닥 노조와 달리, 설립필증 교부 과정에서 전력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판단 아래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지회’라는 형식으로 출발했다.
LG케어솔루션지회는 자신들이 LG전자 최초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LG전자와 직접 법적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업무지시를 내리는 주체는 LG전자가 지난 2006년 분사한 지분 100%의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이다. 따라서 노조는 자회사가 아닌 LG전자를 타깃으로 단체교섭 요구 등 여러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조합원은 LG전자를 대신해 LG전자의 이름으로 소비자를 만나는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라며 “하이엠솔루텍을 바꾸려면 결국 LG전자가 움직여야 하는 것이기에 LG전자를 상대로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한 데 뭉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승승장구하는 렌털 사업 때문이다. 가전시장의 포화상태를 뚫어보고자 2009년 이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지난 한해 렌털로 4,398억원을 벌어들였다. 렌털제품도 정수기 하나에서 공기청정기·건조기·전기레인지·스타일러·안마의자·식기세척기·맥주제조기 등 총 8종으로 확대됐다. 계정도 200만 개까지 늘었다. 연내 매출 5,000억원, 계정 270만개 달성 전망도 흘러나온다.
빠른 성장에 관리해야 할 고객이 급속도로 늘어난 탓일까.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처우 문제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차량을 소지한 여성만 채용하지만 실제로 유류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기본급은 별도 산정하지 않고 100% 수수료로만 책정된다는 급여체계라는 점으로 각을 세웠다. 하이엠솔루텍이 업무위탁계약서를 서면이 아닌 업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명을 받아 세부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 삼는 부분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회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인력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업계는 처우 문제 외에 치열한 공방을 예고한 쟁점이 여럿이라고 보고 있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를 근로자로 봐야 하는지 여부, 또 LG전자가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을 통해 이들에 실질적인 업무를 지시했는지 여부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노총에서는 사측이 근로자성을 부인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LG전자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업계서는 ‘매출효자’인 렌털을 놓을 수 없는 LG전자가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한국영업본부 산하에 하이엠솔루텍을 흡수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예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이 경우 LG전자의 수월한 인력관리를 위해 방문관리 조직을 분사한 의미가 사라지는 만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