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재정 중독 빠진 與, 증세 운운할 자격 있나

4·15총선 이후 정부와 여당에서 증세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는 모든 상장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한다. 그동안 과세가 어려웠던 암호화폐에도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의 과세 방침에 일단 수긍이 가면서도 한편으로 염려되는 것은 이 같은 ‘핀셋 증세’가 보편적 증세로 가기 위한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증세를 들먹이는 것을 보면 괜한 염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경제위기 관련 토론회에서 “증세를 수반하는 재정지출 확대는 긍정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도 최근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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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증세의 군불을 때는 것은 ‘현금복지’로 서민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처럼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돈을 뿌리면 세금을 아무리 더 걷는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재정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고 세금 퍼붓기 중독증부터 고친 다음 중장기적으로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38.9%에 달하는 근로소득세 면제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할지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경제위기 때 증세하면 소비와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증세가 아니라 감세다. 법인세율과 상속세율을 낮춰 기업 경영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해 나라 곳간을 더 많은 세금으로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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