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잠실 소형 매물 없나" 규제 틈새 찾아 움직이는 돈

[발표 하루 만에 거센 풍선효과]

토지거래허가대상 제외에 문의 빗발

한강신도시 6개단지 뜨거운 관심

천안·아산 중저가단지 호가 치솟아




김포 한강신도시 마산동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H씨는 지난 17일 한 부동산으로부터 ‘구래동 호반베르디움2차 매물을 찾는다’는 문자를 받았다. H씨는 “집을 내놓은 지난 석 달 동안 문의 한번 없었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부동산에서 거래 가능한 물건인지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면서 “다른 집주인들은 호가를 2,000만~3,000만원 올려 다시 내놓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김포와 파주, 천안·아산 등 ‘6·17부동산대책’의 칼날을 피한 지역의 주택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고강도 대책에서 비켜난 ‘규제의 틈새’가 생기면서 시장의 수요가 쏠리는 모양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에서도 규제의 틈새를 찾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시장의 관심이 곧장 꽂힌 곳은 김포다. 단지별로 실시간 관심도를 볼 수 있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호갱노노’에서는 운양동 한강신도시 롯데캐슬을 비롯한 6개 단지가 하루 종일 상위권을 기록할 정도였다. 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상당수는 방문자와 함께 집을 보러 가느라 전화 응대가 어려운 곳이 많았다. 파주 운정신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파주시 와동동 해솔마을7단지롯데캐슬은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15일과 16일 전용 84㎡가 급매물이라 할 수 있는 3억원 후반대에 잇달아 팔렸다. 현재 호가는 최고 4억6,500만원까지 뛴 상태다. 운정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대책 발표 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오늘 아침에도 매도인에게 확인전화를 했더니 물건을 거둬들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천안·아산은 지방 가운데 풍선효과 후보지 1순위로 꼽히는 지역이다. KTX 및 1호선 역세권 중저가 단지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천안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백석·불당·쌍용동과 아산은 탕정·배방 지역을 중심으로 2억∼3억원대 소형 아파트매물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집을 내놓았던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분양을 앞둔 천안 성성동 레이크타운 푸르지오4차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지역 내 역대 최고 수준인 1,300만~1,400만원으로 예상되지만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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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과 송파 일부 지역에서도 새로운 투자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6·17대책을 통해 오는 23일부터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초소형 아파트’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토지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18㎡를 초과하는 경우가 허가대상이다. 이보다 면적이 작으면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경제가 확인한 결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68㎡는 대지지분이 13.06㎡로 18㎡에 못 미친다. 삼성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31.40㎡도 대지지분이 14.5㎡로 규제 기준 이하였다. 잠실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규제가 발표된 직후여서 아직은 관망세”라면서도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된 소형 평형의 몸값이 벌써부터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법정동과 행정동의 차이에서 오는 풍선효과도 예상된다. 송파 장미1·2차 아파트와 파크리오아파트는 행정동상으로 각각 잠실6동·잠실4동이지만 법정동으로는 잠실동이 아닌 신천동이다. 부동산 규제는 법정동을 기준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이들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당연히 제외된다. 위치상 잠실동과 바로 연접해 있는데다 잠실의 대표 아파트단지로 인식되고 있어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매시장도 변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경매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는 규제에서 제외된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들은 원래 인기가 좋은 곳이었지만, 이번 6·17대책 이후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김흥록·박윤선·권혁준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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