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재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도시 울산은 석 달째 지역감염자 없는 ‘청정 지대’를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 생산시설이 몰려 있어 이들 기업에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지만 철저한 감염 예방책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19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은 지난 2월 22일 신천지 대구교회에 참석한 20대 여성을 시작으로 3월 15일까지 2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신천지교회와 관련이 있었으며,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3월 17일 29번째부터 최근 53번 확진자까지 25명은 모두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로 들어 온 입국자다. 내부 요인에 의한 감염은 19일 현재 97일째 ‘0’이다.
울산시는 이러한 비결을 시민과 기업들의 선제 방역과 철저한 자가격리 수칙 준수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울산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초기 매주 수요일을 ‘방역의 날’로 정하고, 일시에 지역 구석구석을 소독했다. 이러한 방역 활동은 석 달 이상 계속돼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기업체의 호응이 높다.
울산시는 또 코로나19 확진 양상에 맞춰 즉각적인 행정명령을 발령하며 사태에 적극 개입했다. 울산 1번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행정명령 1호를 통해 당시 주요 감염 경로 대상이었던 신천지 교회 및 부속기관 시설을 긴급 폐쇄했다. 행정명령 2호는 코로나19 유증상자에 대한 격리 명령으로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모든 해외여행 입국자를 대상으로 자진신고하도록했으며, 이태원 방문자, 개척교회 방문자 등 국내 요인에 의한 감염 우려도 행정명령으로 차단했다. 현재까지 여덟 번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엔 접촉 사실을 숨기고 제 3자에게 감염병을 전파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방역 비용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한다는 강력한 압박 내용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기업체의 자발적 참여가 감염 확산을 막는 방패가 됐다. 울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S-OIL 등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분야에 근로자들이 집중돼 있다. 이들 기업이 하루만 작업을 중단하더라도 수십에서 수백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 자동차와 조선은 노동 집약산업으로 각각 수만명이 근무하고 있어 감염에 취약하지만,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이 하루 조업을 중단하는 데 그쳤다. 석유화확업체는 공정 특성상 한 번 가동을 멈추면 곧바로 재가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될 경우 심각한 생산차질이 빚어 질 수 있다. 공장 1곳 당 수십억원의 피해가 우려됐지만 현재까지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출근 버스에서부터 발열체크를 하고, 식당에서 빈 자리를 두고 서로 마주보지 않게 하는 등 강력한 방역 수칙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국내외 출장도 자제했으며, 부득이한 경우 2주간 격리토록 했다. 대중교통 이용도 사실상 금지하는 등 강력한 감염 방지책을 시행하며 일터를 지키고 있다.
실제 지난달 18일과 19일 지역 한 기업은 미국 애틀란타에서 귀국한 4명이 동시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전용버스를 이용해 광명역으로 이동했고, KTX울산역 도착 이후엔 울산시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임시 거주지 2곳으로 나눠 귀가했다. 4명 모두 귀국 후 가족 등 외부 접촉이 전혀 없었으며, 2명씩 나눠 격리하는 등 철저한 수칙 준수로 확산을 방지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대시민 브리핑을 주도하고 있는 송철호 시장은 “청정 울산을 유지하는 것은 지역 기업과 시민이 모두 힘을 합쳐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