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 사는 전기기사 코리 거버(29)씨. 그는 지난달 말 무료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를 이용해 렌터카 업체 허츠 주식을 사들였다. 허츠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주당 주가는 1달러 밑으로 고꾸라질 때였다.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수 있었지만 이름값을 생각하면 주식은 싸다고 봤다. 이후 허츠 주가는 약 2주 만에 5.53달러까지 치솟았고 거버씨는 단박에 수천달러를 거머쥐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이던 주식 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현상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거버씨와 같이 미국에서도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개미’들이 주식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돈 벌 시간(It’s Time to Do Money)’, 로빈후드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휘청이자 싼 주식을 잡으려는 개미들은 로빈후드로 향했다. 이 앱은 올 1·4분기 300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현 이용자는 1,300만명에 달한다. 중앙은행의 돈 풀기에 개인까지 떠받치자 증시는 가파르게 치고 올랐다. 최근 미국 강세장의 한편에 개미들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평균 연령이 31세인 로빈후드 개미들은 고위험 성향이 짙다. 과감하게 베팅하고 고수익을 얻어간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로빈후드 등에서 개미들이 좋아한 주식을 분석한 결과 3월 저점 이후 61% 상승한 것으로 파악했다. 반면 헤지 펀드들이 고른 종목의 상승률은 45% 수준이다. 현재까진 개인의 선택이 더 뛰어났던 셈이다. 대신 일부 종목의 변동성이 극도로 커졌다. 주식 트레이더인 데니스 딕은 로이터에 “20년 경험 동안 지금처럼 개인이 주가를 밀어올린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식 시장을 스포츠 겜블판으로 여기는 개인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스포츠가 중단되자 지루해진 스포츠광들이 주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NBA 결과를 놓고 베팅했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경기가 중단돼 주가의 방향을 두고 돈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타’도 탄생했다.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운영하던 데이브 포트노이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투자로 업종을 바꾼 그는 트위터 등에서 증시에 대한 트윗을 날리며 개미 군단 진격을 주도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한물 갔다. 이제 내가 캡틴이다’와 같은 자극적인 언급을 서슴지 않는 그의 트위터의 팔로어는 150만명을 넘는다.
투자 아마추어들은 선물·옵션 거래도 주저하지 않는다. 설리마캐피털의 애널리스트인 빌 브루스터는 최근 트위터에서 로빈후드를 통해 옵션에 빠져든 한 사촌 이야기를 전했다. 20세에 불과했던 그의 사촌은 옵션 거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70만달러의 빚이 돌아왔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개미의 투자 방식에 대해 연일 경고성 언급을 내놓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리언 쿠퍼먼 오메가투자자문 회장은 “개인들의 주식투자는 결국 눈물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