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체크] 배낭여행 성지 ‘태국’…이제 부자 아니면 못 가나

혼자 5명분 돈 쓰는 부유층 공략

무너진 자연환경 되살릴 기회

지난 2017년 1월 태국 방콕의 왓 프라깨우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원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지난 2017년 1월 태국 방콕의 왓 프라깨우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원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태국 정부가 관광산업 재개에 나섭니다. 하지만 기존 ‘배낭여행의 성지’라고 불리던 모습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코로나19를 계기로 관광산업의 틀을 기존과 180도로 바꾸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 가는 비용으로 마사지 등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국내 젊은이들과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인기 여행지로 꼽히던 태국. 앞으로 태국 여행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관광산업 재개 나서는 태국정부…타겟은 ‘부유층’


19일 블룸버그통신은 태국 정부가 기업체 임원 등 소수의 입국을 허용하며 관광산업 재개에 나선다고 보도했습니다. 피팟 랏차낏쁘라깐 태국 관광부 장관은 “일단 국경이 재개되고 일명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이 합의된다면, 최소한의 위험으로 휴가를 즐기기를 원하는 부유한 개인들에 맞는 마케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죠. 트래블 버블은 2개국 이상이 국경을 서로 개방해 정기 여행을 재개하는 협정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두 나라가 다른 나라에는 국경을 열지 않고 서로에게만 국경을 개방하기로 하는 것이죠. 코로나19 확산은 염려되지만 언제까지 국경을 폐쇄할 수는 없기에, 상대국의 코로나19 전염 상황이 비교적 안정권에 들었다고 판단될 경우 그 국가에만 국경을 열기로 합의하는 겁니다. 물론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트래블 버블’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지난 15일부터 국경을 서로 개방했는데요, 이때 스웨덴은 제외해 눈길을 끌기도 했죠.

지난 2017년 5월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지난 2017년 5월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통신은 태국 정부가 기업체 임원 등의 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그간 중국 단체여행객과 배낭여행족에 의존하던 관광산업을 재설정하는 기회가 만들기 위해서라고 전했는데요, 과거에 많은 ‘수’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프라이버시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구하는 큰 손들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죠. 이 같은 기조에 맞춰 태국 정부는 먼저 일부 기업체 임원과 의료 관광객 등 소수의 입국만 허용할 예정입니다. 이들 외에도 태국 정부는 관광업계와 협력해 추가로 초대할만한 이들을 선별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푸켓과 사무이, 팡안, 피피섬의 고급 리조트를 방문했던 이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피팟 장관은 밝혔습니다.

이런 ‘하이엔드 방문객’들은 푸켓 등 섬에 있는 동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으며, 입국 후 최소 14일이 지나면 섬을 떠나 태국 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태국 정부는 보통 미국·유럽 여행객들이 따뜻한 기후를 추구하는 것을 고려, 겨울인 11~2월에 이들의 끌어들이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피팟 장관은 “한 사람이 최고급 호텔에 묵을 경우 5명분의 돈을 쉽게 지출할 수 있다”며 “자유여행은 ‘과거의 것’이 돼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광산업 발전 방향에서나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나, 배낭여행객 5명보다는 고급리조트에서 5명분의 비용을 쉽게 쓰는 부자 1명을 데려오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무너지던 자연환경…되살리는 기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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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5월 태국 피피섬의 마야베이 해변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AP연합뉴스지난 2018년 5월 태국 피피섬의 마야베이 해변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AP연합뉴스


태국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문제로 꼽히던 환경파괴와 과잉밀집 등을 해결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너무 많은 여행객으로 인해 환경파괴 문제를 겪으면서 특정 여행지를 폐쇄하기도 했었는데요, 지난 2017년 관광객과 다이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남쪽 섬 코 타차이의 자연환경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커지자 섬을 아예 폐쇄했죠. 코 타차이 해변은 70명가량만 수용할 수 있는데 당시 1,000명 이상이 몰려들면서 음식 가판대와 이들을 실어나르는 배가 진을 쳤고 결국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태국 피피섬의 마야 베이 해변에도 매일 5,000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무기한 폐쇄했죠. 이곳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던 영화 ‘비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급증했던 곳입니다.

태국 정부는 팬데믹으로 외국인 여행객들이 사라진 지난 몇 개월 동안 태국 해변의 자연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피팟 장관에 따르면 해변으로 바다거북이가 알을 낳기 위해 돌아왔으며, 분홍돌고래들이 어부들과 함께 놀거나 바다소(해우)가 해변가에서 해초를 먹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렴한 동남아 여행 옛말 될 듯

캄보디아는 다른 의미로 부유한 이들의 여행지가 될 듯합니다. 인사이더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공항에서 3,000달러의 예치금을 의무적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중 165달러는 코로나19 검사 비용 등으로 쓰이는데요, 먼저 검사에 100달러, 검사장소까지 이동하는 교통비 5달러,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세 끼 식사와 하룻밤 머무는데 60달러입니다. 음성 판정을 받을 경우에는 검사비용만 청구되고 나머지는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같은 항공기 탑승자가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일 경우 이 예치금에서 상당 부분이 공제됩니다. 2주간 격리되는 동안 지정된 호텔에서의 숙박비와 식사, 세탁, 의료 서비스 비용 등에 1,218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이죠. 본인이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에는 하루당 330달러가 공제됩니다. 코로나19로 사망해 장례식을 치를 경우 약 1,500달러가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캄보디아에 체류하는 동안 최소 5만 달러 이상을 보장하는 의료보험 증빙서류도 제출해야 합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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