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 조국은 왜 김태우를 비난했을까…김태우의 '말말말'

조국, 법정 앞에서 '증인 김태우' 강하게 비판

김태우는 靑 감찰무마 의혹 처음 제기한 인물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 폭로만 수차례

19일 증인 불출석해 내달 3일 증인석 앉을 것

金 증인 신문 열리면 檢-조국 법정 공방 예상

자녀 입시비리·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9일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자녀 입시비리·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9일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는 감찰 대상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감찰 행위는 비강제적인 방법으로 첩보를 수집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을 어긴 사람이 증인으로 소환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3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조 전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심리가 진행된 날로, 김 전 수사관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조 전 장관은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내부 감찰을 통해 비위가 확인돼 징계 및 수사 의뢰가 됐고, 이후 대검에서 해임 처리됐고 기소까지 이뤄졌다”며 “(김 전 수사관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고 김 전 수사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이 이러한 발언을 내놓은 배경에는 그간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김 전 수사관에 대한 깊은 반발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김 전 수사관의 행보는 조 전 장관에게 걸림돌과도 같았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오른쪽)이 19일 자신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경기 수원시 수원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오른쪽)이 19일 자신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경기 수원시 수원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김 전 수사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의 스타트를 끊은 인물이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유 전 부시장이 업체들로부터 금품과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첩보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찰이 약 3개월 만에 돌연 중단된 데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지난해 2월 폭로했다.

이외에도 그는 2018년 12월부터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할 만한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 김 전 수사관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언론사 제보를 통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조사해 청와대 상부에 보고했으나 이에 따른 조치 없이 오히려 내가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하신 일이 국정원의 수백, 수천명 요원을 철수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열 몇명의 행정 요원으로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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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는 당시 우 대사의 사건을 조사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은행장과 전직 총리 아들 관련 첩보는 특감반 활동 과정에서 함께 수집된 불분명한 내용이라 폐기했다고 폭로 내용을 부인했다.

김태우 수사관의 변호인단 중 김기수 변호사(가운데)가 지난해 1월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김태우 수사관의 변호인단 중 김기수 변호사(가운데)가 지난해 1월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수사관은 조 전 장관이 특감반으로 하여금 ‘드루킹 USB 내용을 파악하라’는 등 김경수 경남지사의 수사 상황을 알아보도록 했다는 폭로도 했다. 자신이 과거 조 전 장관을 상사로 둔 이인걸 전 특감반장으로부터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김 지사 수사에 관해 체크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월 김 전 수사관은 검찰에서 해임됐다. 그가 특감반원으로 일하던 당시 감찰 내용을 언론에 제보해 공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점, 지인인 건설업자 최모씨의 뇌물 공여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는 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의 비위 첩보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과기정통부 사무관 채용에 부당 지원한 점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다.

검찰에서 쫓겨난 김 전 수사관의 폭로에 더해 국민권익위원회 신고, 검찰 고발까지 진행되면서 조 전 장관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과 함께 기소되기에 이르렀고, 재판에서 김 전 수사관을 증인으로 마주치게 됐다.



그러나 김 전 수사관은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관계로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조 전 장관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전 수사관에 대한 증인 신문은 진행되지 않았고, 신문일은 다음달 3일로 다시 잡혔다.

그때 김 전 수사관이 증인석에 앉으면 검찰과 조 전 장관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특감반의 활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민정수석으로서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권한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증언을 받아내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 전 수사관은 이날 오후 수원지법에 출석하면서 같은 날 오전 조 전 장관이 한 공격을 맞받아쳤다. 그는 법정 앞에서 취재진에게 “유재수 감찰을 해야 하는데 (조 전 장관이) 무마했지 않느냐”면서 “그것이야말로 감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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