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지방에서 밀려나고 있다. 경기침체로 지역 기업대출 수요가 감소한데다 시중은행의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에 지방 우량고객들을 빼앗긴 탓이다. 여기에 2·4분기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업대출채권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건전성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북은행의 전북 지역 여신 점유율은 22.9%로 전년 말(24.7%)보다 1.8%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3월 기준 이 비율은 22.7%로 올 들어 3개월 만에 0.2%포인트 더 내려갔다. 다른 지방은행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은행은 2017년 23.8%에서 지난해 22.8%로 떨어졌고 광주은행은 같은 기간 22.6%에서 19.3%로 3%포인트가량 급감했다. 대구은행과 제주은행 역시 같은 기간 지역 여신 점유율이 잇따라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부산은행은 2017년과 2018년 25.9%에서 지난해 26%를 기록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지방 영업 드라이브는 지방은행의 여신 점유율이 매해 감소하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들도 최근 몇 년 새 역공 차원에서 수도권 영업을 강화하는 소위 ‘북진 정책’을 펼쳤지만 수도권 공략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지방은행의 서울 내 점포 수는 2017년 46개에서 지난해 44개로 계속 줄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지역 경기 악화로 부실채권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건전성 방어도 시급한 상황이다. 지방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중기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방은행의 지난해 기업대출 규모는 92조8,920억원, 이 중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기대출 규모는 85조5,909억원으로 전체의 92.1%에 달한다. 4월 말 국내 전체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0.57%(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로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지방 영업 강화에 코로나19에 따른 지방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지방은행이 거점지역에서 우량기업 여신을 확대하기는커녕 부실채권 관리에 집중하기도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