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5성급 특급호텔의 1,500만원짜리 최상위 스위트룸이 돌잔치 패키지로 나온다. 돌상 차림부터 숙박까지 모두 포함하지만 가격은 특가로 확 낮출 계획이다. 1% 프리미엄이 타깃이라 좀처럼 패키지에 등장할 일이 없는 최상위 스위트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실 대란에 체면을 따질 처지가 아니게 된 것이다.
콧대 높던 특급호텔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잡기 위해 금기를 깨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시 내 5성급 호텔이 홈쇼핑에 등장했고 외부 반출을 원칙적으로 막았던 호텔 셰프들의 요리는 배달 포장이 이제 메인이 됐다. 한 호텔 관계자는 “고객은 없지만 호텔 마케팅팀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며 “가진 패를 다 써서라도 영업을 이어가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서울 지역 호텔 투숙률은 10%대까지 폭락했다. 특급호텔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물론 각종 비즈니스 행사 비중이 높아 평년 객실 판매율이 80%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인 호텔업계는 지난 3~4월부터 비용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임금 반납, 유·무급 휴직제도에 들어간 지 오래다. 급기야 국내 최대 호텔체인인 롯데호텔은 16년 만에 명예퇴직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만 58~60세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며 본사와 각 호텔에 근무하는 현장 근로자가 모두 포함된다.
호텔업계는 이번 롯데의 결정이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대란을 불러올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하얏트와 힐튼 등 굵직한 호텔체인들이 잇따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호텔은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높은 산업에 속하는 만큼 이 같은 위기는 고용 안정성을 불안하게 만들기 쉽다. 휴·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라 정규직은 물론 객실 청소나 시설 관리를 하는 비정규직과 외주 용역업체 종사자들은 더 큰 실직 위기에 놓였다. 이들도 특별고용유지 대상에 포함시키고 호텔에 실효성 있는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등 벼랑 끝에 몰린 호텔업계 구원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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