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학대 사건’으로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되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사업이 추진된다. 동묘시장 상인들이 가게에 들어온 고양이를 목줄과 쇠막대기로 끌어내 ‘학대 논란’이 촉발된 후 캣맘·캣대디 수십 명이 시장에 찾아와 항의를 하고 상인회와 협의한 결과다. 하지만 사건 당일 현장에 있던 상인을 중심으로 “논란이 과장됐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고양이 보호단체들은 이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며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동묘시장 상인회는 입장문을 내고 “최근 동묘시장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많은 분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 며 “사람과 고양이가 공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고재방 동묘시장 상인회장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13일) 고양이 카페에서 50명 정도가 찾아와 함께 시장을 둘러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상인회가 고려 중인 방안은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및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길고양이 특성에 대한 상인 교육이다.
상인회의 ‘공생 방안’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급식소 설치에 찬성하는 상인들이 많다. 동묘시장에서 골동품을 판매하는 전 모(58)씨는 “예전에 어미 고양이가 갓 낳은 새끼 한 마리를 버리고 가서 상인들이 다 같이 돌본 적도 있다”며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다면 좋아하는 상인도 많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40대)씨도 “길고양이가 영업에 지장을 준 적은 없기 때문에 (상인회의 대책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공구점 주인 A씨는 “동묘시장은 건물들이 오래돼서 길고양이들이 천장에 많이 산다”며 “배변하고 가면 아무리 탈취제를 뿌려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를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괴로움을 모른다. 난 급식소 절대 반대다” 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옷가게 주인 전모(60대)씨 역시 “여기가 고양이 시장도 아니고 고양이 친화적인 시장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다”면서 “음식 파는 분들도 있는데 시장에 길고양이 들어오는 걸 좋아하는 상인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고양이 학대’ 사건을 직접 지켜본 상인들은 논란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집에서 고양이를 기른다는 한 상인은 “고양이가 들어갔던 상점은 여러 군데였는데 사장님들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놀랐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필 고양이가 비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꺼내기 힘들었다”며 “사용한 도구가 줄과 쇠막대여서 잔인하게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8)씨 역시 “난 고양이도 좋아하고 급식소 설치도 찬성한다”면서도 “(동묘시장) 불매운동 이야기가 나올까봐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 날 사건은 학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학대 당사자로 지목된 상인의 부인은 지난 1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담요 등으로 고양이를 꺼내려 시도했고 다산콜센터에 신고도 했지만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아 직접 꺼낸 것’이라고 해명했다.(▶[단독] 울먹인 ‘동묘 길고양이’ 상인 “그르렁대 너무 무서웠고 학대 안 했다… 인권침해 멈춰달라”)
그러나 관할인 혜화경찰서에서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까지 접수되며 논란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고양이 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에 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상인을 고발했다. 나비야사랑해 측은 입장문에서 “‘동물 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라며 “(그날 상인들의 행위는) 불필요한 과잉행동이자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고양이는 인간을 위협하고 해치는 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움에 질려 도망치는 동물이라는 점을 알려 나갈 때 ‘동묘 길고양이 학대사건’은 단발적 사건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