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칩거 중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이르면 이번주 중 국회에 복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18개 상임위원장직은 단 하나도 갖지 않은 채 원내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의 파악에 나서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가 이번주일 텐데 이번주 안에는 국회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8개 상임위원장직 모두를 갖지 않는 것이냐고 묻자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초선 의원들이 그런 의견을 냈다”며 “나도 그 생각에 동조한다”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주부터 상임위원회를 바로 가동해 국회 안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가 국회를 떠난 사이 북한이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돌연 폭파한 데 이어 비무장지대의 요새화 등 군사도발까지 암시하는 등 여야 간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연이어 발생했다. 주 원내대표의 복귀 결정은 통합당이 중시하는 국민의 생명·자산과 직결된 외교·안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거대여당이 관례에 따른 협상 대신 숫자로 밀어붙여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져간 만큼 견제장치를 잃은 제1야당으로서 원 구성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주 원내대표는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이에 따른 모든 책임도 거대여당이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여당 책임론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선언이 협상용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민주당 측은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환영이다. 진짜 의도는 만나서 들어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가 국회 복귀를 결정하기까지 통합당은 꾸준히 복귀를 촉구했다. 주말 동안 김 위원장이 주 원내대표가 머무는 사찰을 방문해 각종 현안에 당면한 대한민국의 올바른 정국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하영제 의원과 초선인 박형수·이용 의원이 국회 복귀를 요청하러 충북 보은군 법주사를 방문했다.
여당도 지난 19일 나머지 12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포기하면서 여야 간 강대강 대치를 잠시 내려놓았다. 북한 문제 등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시점에 계속 단독 상임위를 강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더군다나 여당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기획재정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이 이미 가동돼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임은 비교적 여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15일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가자 이에 반발한 주 원내대표는 바로 사의를 표명하고 지난 한 주간 충남 아산 현충사, 전남 구례 화엄사, 경북 울진 불영사, 충북 보은의 법주사 등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자신의 거취 문제 등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