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이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서한을 유네스코에 발송할 방침과 관련해 자신들은 강제징용 희생자를 기린다는 약속을 이행했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방침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묻자 “하나하나에 논평은 삼가겠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스가 장관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와 권고, 이런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우리나라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이런 것들을 성실히 이행해오고 있으며, 계속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측으로부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통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현시점까지 말씀하신 것과 같은 통보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행해진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현장인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 서한을 이달 안으로 유네스코에 발송할 방침인 것으로 전날 전해졌다. 지난 15일 일반에 공개된 도쿄 소재 산업유산정보센터 내 전시물이 일본의 약속과 달리 강제동원 피해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근대 산업화를 미화하는 데 집중한 것에 대한 조치다. 지난 2015년 유네스코는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23곳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할 때 일본으로부터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당시 유네스코 일본대사는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강제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한 사실을 인정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은 메이지 시대 산업화 성과를 과시하는 내용 위주이고,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 정보센터에서는 일제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를 부정하는 증언 동영상까지 전시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어린 시절을 군함도에서 보낸 재일교포 2세 스즈키 후미오씨는 동영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변했고, ‘조선인을 채찍을 때렸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일을 시켜야 하는데 왜 때리겠냐. 그런 것 없었다”고 답했다. 또 당시 군함도에서 일한 대만 사람이 “급여를 정확히 현금으로 받았다”고 증언하는 내용과 함께 월급 봉투도 전시돼 있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 메이지 산업유산 중 군함도를 비롯해 야하타 제철소·나가사키 조선소·다카시마와 미이케탄광 등에는 한국인(조선인) 3만3,400명이 강제 동원됐다. 특히 군함도에서는 1943∼1945년 500∼800명의 한국인이 강제 노역을 했으며,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