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사옥 앞에 세워져 있는 두산 조형물 모습/연합뉴스두산(000150)그룹과 채권단이 두산인프라코어(042670)를 1순위 매각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칙적인 매각 시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두산솔루스 등의 매각이 생각보다 순조롭지 않자 결국 알짜 계열사까지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다만 1조원대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데 더해 알짜인 두산밥캣(241560)이 빠졌다는 점에서 매각 절차가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과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위해 맺은 양해각서(MOU)상의 1순위 매각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1순위 대상에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두산솔루스·두산건설·두타몰·클럽모우CC·모트롤BG사업부·네오플럭스 등이 포함된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우선순위와 구조조정 진행 절차에 따라 매각 대상을 1·2·3순위로 나눴다. 1순위 대상들은 오는 9월 말 혹은 12월 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연말 대상이다. 모든 자산을 일괄적으로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첫 타자로 나선 두산솔루스 등의 매각 절차가 지지부진하자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생각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았다. ㈜두산과 두산중공업, 총수일가는 계열사 주식에 대한 처분 권한을 채권단에 위임한 상태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이 MOU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단이 해당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그룹은 매각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쪼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을 별개의 회사로 떼내 팔겠다는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5%는 당장 매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분할 이후에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투자회사)→두산밥캣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매각 절차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알짜인 밥캣이 빠졌다는 점이 매력을 떨어뜨린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 5,096억원으로 인프라코어 전체 매출의 41%를 담당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 부문보다 4%포인트 정도 높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등 내부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액 또한 5,000억원에 달한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역시 걸림돌이다. DICC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1심에서 두산, 2심에서는 FI의 손을 들어줬다. 진행 중인 상고심 결과가 내년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소송금액은 1조원대에 달한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자를 제외한 소송금액은 7,00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산그룹 측은 소송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는 옵션 등을 협상 테이블에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대한 진성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굴삭기 제조 기술 등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매각이 어렵고 인수할 만한 대기업도 그리 많지 않아 알맞은 원매자를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