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공회의소는 24일 지역의 주요 제조기업 250개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4분기 부산 제조업 경기 전망’ 조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3·4분기 부산 제조업의 체감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전망지수는 ‘5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 외환위기로 기업이 줄도산 위기에 놓여있던 98년 3·4분기 ‘48’ 이후 최저 수준으로 현재 지역 제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라고 상의는 설명했다. 경기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미만이면 경기 부진을 의미한다.
경영 부문별로도 매출 전망지수가 53을 기록한데 이어 영업이익 역시 54에 그쳤다. 매출 감소로 재무 건정성이 악화되면서 자금조달 여건 역시 악화될 것으로 상의는 예상했다. 실제 자금조달 여건에 대한 전망지수는 65로 나와 전분기 전망지수 73에 크게 못 미쳤다.
업종별로도 전 조사업종에서 전례 없이 낮은 경기 수준을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과 불황에 따른 전후방 연관 산업의 수요 감소로 매출과 가동률이 급감하고 있는 지역의 부품소재 기업들은 최악의 시즌을 예고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1차금속은 전후방산업 수요 감소로 3·4분기 전망지수가 19에 그쳐 지역 제조업 중 업황이 가장 나쁠 전망이다. 자동차부품업도 해외 완성차공장의 생산 중단, 르노삼성차 로그 위탁생산 종료와 추가 수출물량 배정이 지연되면서 전망지수가 26에 머물러 업황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계·장비와 조선기자재 역시 지수는 각각 47, 73으로 나타났다.
한편 2·4분기 지역 제조업의 경영 성적도 대부분 떨어졌다. 전체 조사업체의 68.8%가 코로나19로 인해 2·4분기 경영상황이 1·4분기보다 더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2·4분기 제조업의 경기실적지수가 39로 급락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상의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방위적인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조사기업의 76%는 대응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자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했거나 추진 중인 기업은 24%에 불과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지원 방안으로는 ‘고용안정 정책’과 ‘금융·세제 지원’에 대한 요구가 각각 32.4%, 30.8%로 가장 높았다. 그 외로는 ‘내수활성화’ 19.6%, ‘투자활성화와 규제 개선’ 8.8%, ‘해외마케팅 지원’ 8.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기업인들 사이에서 상반기 보다 하반기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 이번 조사를 통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되면서 상반기 수주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조업 부문에서 타격이 본격화되고 있어 당장 하반기 생산활동과 고용시장 부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금융과 세제지원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고용유지지원 요건을 전향적으로 완화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