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최고 화질을 자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말린 상태로 순식간에 통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잊지 못합니다.”
24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 한국을 대표하는 엔지니어들이 한 데 모였다.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협회가 주관하는 ‘제55회 발명의 날’ 행사를 위해서다. 측우기를 처음 사용한 날을 기념하는 이 행사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발명왕’상을 수상한 주인공은 김인주 LG디스플레이(034220) OLED TV 기구설계 2팀장이다. 돌돌 말리는 ‘꿈의 디스플레이’ 롤러블 OLED TV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엔지니어기도 하다. 그는 “화면을 말았다 다시 펴면서 공간을 창조하는 새로운 기기를 발명하는데 힘을 보탰다는 것이 행복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 팀장은 대학 졸업작품으로 자동으로 온도조절이 가능한 온실을 만들었다. 당시 ‘세상에 없던 것’을 직접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느꼈던 환희가 그를 발명의 길로 이끌었다. 이처럼 발명을 천직으로 느끼는 그에게도 롤러블 OLED TV는 난제였다. 상상 속의 디스플레이를 안정적으로, 또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가격으로 구현하는 것은 발명가로서 자존심을 건 싸움이었다.
그는 “발명 초기의 콘셉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재료비 같은 상업적 부분을 소홀히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결국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비용 측면도 만족할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하게 됐고 설계 전문가와 협력업체, 시뮬레이션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짧은 기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롤러블 OLED TV는 개발 과정에서 초박형 글래스 제작기술을 적용하고 설계 단계부터 OLED 기판의 롤러블 구현이 쉽도록 다양한 회로 부품을 통합하고 소형화하는데 성공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팀장은 특히 개발 과정에서 특수 박막봉지 재료와 백커버 부품 등 TV를 둥글게 말기 위한 모든 부품을 새롭게 만들면서 총 54건의 특허권을 확보하고 33건의 해외출원을 내는 등 지적재산권 창출에 기여했다. 국산 소재와 부품, 장비를 사용하도록 설계해 70%대의 국산화율을 이뤄낸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
김 팀장은 발명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힌트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마세요. 마음껏 펼친 상상 속 모든 것을 형상화하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을 찾다 보면 어느새 발명에 가까워져 있을 것입니다. 모든 발명은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