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6·17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서울 등 수도권 주택 시장은 ‘안정’보다는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규제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에 서울 강남 곳곳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원·강북 등 서민동네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김포·파주 등 비규제지역의 경우 집값이 급등하며 예견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전세시장은 더 좌불안석이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재건축 2년 의무거주’로 집주인들이 전월세 계약 해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52주째 오른 전세가, 신고가도 잇따라=대책 이후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2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0.08% 올라 52주째 상승세다. 신규 입주물량이 크게 줄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서울 전 지역에서 전세가가 오르는 상황이다. 특히 주거선호도가 높은 서초(0.19%)·강남(0.11%)·송파(0.11%)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세가 신고가 사례도 적지 않다. 강남구 삼성동 ‘삼성동중앙하이츠빌리지’ 전용 152㎡ 전세가격은 지난 20일 19억원에 거래되며 7개월 전 신고가 대비 3억5,000만원 상승했다. 23일 역삼동 ‘역삼자이’ 84㎡는 2년 전 신고가보다 9,000만원 높은 1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에서는 집주인들의 재계약 불가 통보도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 분양신청을 위해 2년 이상 의무거주해야 하는 규정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강남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은 오르지, 집주인은 나가라고 하지 세입자들만 애를 태우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 서울도 오르고, 수도권은 더 오르고=대책 발표 이후 규제 전 막차 수요가 유입되면서 서울은 강남과 강북에서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잠실 일대에서는 전용 84㎡ 아파트값이 최근 신고가에 거래됐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21㎡는 35억원에, ‘래미안대치하이스턴’ 110㎡도 25억5,000만원에 팔리며 전 고가를 뛰어넘었다.
강북·노원·관악구 등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잇달았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의 ‘두산위브트레지움’은 대책 이후 전용 85㎡가 전 고가보다 5,000만원 이상 뛴 8억원에 손바뀜됐다. 이달 초만 해도 5억원대 후반에 거래되던 ‘미아SK북한산시티’ 84㎡도 20일 6억5,000만원에 팔렸다.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6단지’ 59㎡도 전 고가보다 3,000만원 오른 6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풍선효과는 어김없이 나왔다. 김포는 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주간 단위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주와 천안 등에서도 전 고가를 뛰어넘는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김포 ‘힐스테이트리버시티’ 전용 102㎡ 분양권은 6·17대책 발표 전만 해도 매매가가 5억8,305만원이었지만 대책 이후 이보다 8,000만원이 오른 6억6,360만원에 거래됐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에는 개발 호재들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가 규제하면 주춤하다 다시 가격이 오르고, 그러면 또 규제가 나오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며 “거래 및 수요 제한 정책은 부작용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양지윤·권혁준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