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증세 목적이 아니다. 세수 중립적으로 만들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시작과 말미에 두 번이나 ‘증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 세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각종 증시 게시판을 중심으로 ‘동학개미’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세금 더 걷으려는 것 아니냐는 아우성이 나온다.
내용을 뜯어보자.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제를 신설하면 현재 10억원 이상 대주주에게 부과되는 양도세가 오는 2023년부터는 전면 확대된다. 단, 상장주식에 투자해 2,000만원 미만을 벌었다면 기본 공제 대상이 돼 보통의 소액주주들은 거래세 0.15%만 내면 된다. 대신 2,000만원보다 더 많이 수익을 낸 ‘슈퍼개미’들의 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20%(3억원 초과 시 25%)의 양도세와 함께 거래세도 부담하게 된다. 소득세와 거래세의 개념은 다르지만 사실상 ‘이중과세’가 되는데 세제 전문가들은 거래세를 공제 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식시장의 변동성뿐 아니라 올해보다 시장이 가라앉았던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추산했기에 지금 같은 증시 분위기라면 세수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과세 정상화’로 표현하지만 사실상의 ‘핀셋 증세’라는 눈초리를 받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목적으로 강행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암호화폐 소득세 부과, 액상형 전자담배 등 일련의 세제 개편은 줄줄이 세금이 늘어나는 방향이다.
지난해 국세수입이 5년 만에 예상보다 덜 들어왔고 경기 위축으로 올해와 내년 세수 펑크 우려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보편 증세를 추진할 용기가 없는 정부의 우회로로 보인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지면서 S사·M사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업들은 징세 행정 강화라는 우려를 쉽게 떨치지 못한다. 김현준 국세청장이 이례적으로 “세무조사를 강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믿지 않는 분위기도 읽힌다.
올해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나라 곳간은 크게 위태로워졌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2조원(GDP 대비 5.8%)에 달해 IMF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설 정도다.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아동수당 지급,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 등 각종 복지사업을 눈덩이처럼 키워왔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를 넘겨도 재정이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기 힘든 이유다.
기본소득, 전 국민 고용보험 등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갑론을박 속에 증세 논란은 현 정권 임기 내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정부인 만큼 소득세나 부가세 같은 보편적 증세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쓸 돈은 많고, 수입은 쪼그라드는데 언제까지 ‘괜찮다’고만 할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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