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089590)이 이사 후보를 미추천해 이스타항공이 26일 소집한 임시 주주총회가 파행을 빚었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공식 발표 후 7개월이 지났다. 거래 종결시한은 오는 29일로 바로 코앞이다. 이날 거래가 끝나지 않는다면 3개월간 자동으로 잔금 납부일이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불 임금을 놓고 양사 간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일각에서는 M&A 계약이 파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이스타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주주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주총을 개최했다. 안건으로는 발행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안과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안 등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이사와 감사 후보자 명단을 전달하지 않아 끝내 선임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거래 종결일이 확정되지 않아 이사와 감사 후보 명단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한 영향이다. 신규 이사와 감사는 계약상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지명한 인물로 선임돼야 한다. 주식 총수를 늘리는 정관 변경안 상정도 물 건너갔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임시 주총에 제동을 건 것은 양사 간 ‘체불 임금’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이스타항공은 약 200억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조건에 따라 이 대금을 제주항공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제주항공이 체불임금을 책임진다는 조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스타항공이 스스로 해결하라”고 맞서고 있다.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임의로 무급휴직 대신 휴업을 선택해 체불 임금을 쌓이도록 뒀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무급휴직을 택했다면 비운항 기간 인건비가 나가지 않아도 됐는데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체불 임금을 둔 양측의 입장 차가 팽팽히 대립하며 이번 M&A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날 주총이 끝난 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제주항공이 임금 체납과 관련해 이스타홀딩스가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6일 임시 주총을 다시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