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언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보내는 컨택트의 메시지

■품어야 산다

김병효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거리를 둬야만 나와 공동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대, 어느 새 우리는 접촉과 만남이 불필요해지는 언택트 시대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서적 온기는 여전히 우리 삶의 필수 요소다. 물리적 접촉이 금기시됐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국면에서도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소통과 대화를 갈망했다. 페이스북, 카카오 같은 소셜미디어 관련 기업 주가의 고공행진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는 언택트를 통해서라도 컨택트할 수밖에 없는 ‘호모 커뮤니쿠스’다.

‘품어야 산다’는 언택트 시대에도 정서적으로 접촉하고 소통하며 거리를 좁혀야만 개인과 사회, 국가가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소중한 공동체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설파한다. 신간 서적 트렌드마저 ‘언택트’가 휩쓴 이 시점에 역설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저자의 이력 또한 의외다. 저자는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아비바생명 대표, 우리프라이빗에퀴티 대표를 지낸 순도 100%의 금융인으로 평생을 숫자의 세계에서 살아왔지만 평생 시와 문학을 멀리한 적이 없다.


이 책은 저자가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2년간 영남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그러모은 책으로 저자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이 자연스럽게 문학의 향취와 만나 독자의 가슴과 머리를 두드린다. 저자의 시선은 이주민, 보호아동, 다문화가정, 장애인, 노인빈곤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이웃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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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편의 에세이에서 독자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끊임 없이 성찰하고 배워가는 저자를 발견한다. 낮게 만들어져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머리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알레포의 방에선 겸손함을, 따뜻함과 강직함으로 뉴욕시장을 세 번 연임했던 피오렐로 라과디아의 삶에선 참된 공복의 자세를 배운다.

책 제목과 같은 황규관 시인의 ‘품어야 산다’를 통해 저자는 다시 한번 말한다. “어머니가 배고픈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 강물의 물살이 지친 물새의 발목을 제 속살로 가만히 주물러주듯 다시 한번 품어보자”고. 1만3,000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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