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일선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오는 9월 말 종료 예정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모든 금융사에 6개월간 대출원금 상환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추가 연장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올해 말까지 3개월을 더 연장하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연장해준 대출의 만기가 한꺼번에 몰리면 혼선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완화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문의가 당국으로부터 있었다”며 “자영업 회복세가 더딘 만큼 추가 만기 연장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애초 3월에 대책을 논의할 때부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유예 종료 시점에 추가 연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언질이 있었다”며 “(재연장을) 미리 준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만기 연장이 종료되는 시점에 미뤄왔던 부실이 일거에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지금 상황이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모든 위기를 9월로 미뤄놨을 뿐”이라며 “계획대로 끝나면 ‘해피엔딩’이지만 다시 연장하고 2라운드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수차례 만기 재연장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금융사들은 추가 연장을 하더라도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부실을 또다시 이연하는 극약처방에 불과하다”며 “대상을 정교화하거나 원금의 10%라도 갚고 나머지를 연장하는 식의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위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조치도 함께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금융 지원과 관련한 부실은 결국 금융사가 모두 끌어안아야 할 것이라는 탄식도 들린다. 19일 기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의 대출 만기연장 실적은 각각 38조6,000억원, 8,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취약차주가 각종 지원에도 대출을 갚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금융사는 회수를 포기하고 그만큼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지원 실적이 고스란히 금융사의 비용으로 쌓일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30조원 가까이 나간 1·2차 소상공인 대출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결국 은행이 다 끌어안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