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곳간 바닥 이스타항공 "피인수만이 살길..무산 땐 청산 불가피"

■ 이상직 의원 '이스타 지분 전량 헌납' 왜

5개월째 임금체불..사실상 매출 '0'

제주항공 소극적 행보 이어가자

마지막 카드 꺼내며 절박함 호소

M&A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

최종구(오른쪽) 이스타항공 대표가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이스타홀딩스 지분 전량을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만큼 이스타항공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을 방증한다.

당초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089590)은 이날까지 인수·합병(M&A) 거래를 종결하기로 약속했다. 이날까지 인수 협상을 끝내든 연장하든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이스타항공은 임시주총을 연기한 데 이어 대주주의 의사 표명을 통해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간 M&A에 대한 의견 차가 심화된 것은 임금 체불 문제 때문이었다. 이스타항공은 5개월째 임직원들의 임금을 지불하지 못했고 이에 따른 임금 미지급금은 25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은 운항 중단에 이어 운항증명(AOC)까지 정지되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스타항공 측은 임금 체불 문제는 통상적으로 인수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제주항공에게 책임을 넘겼지만 제주항공은 이를 빌미로 M&A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이스타항공 측이 11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제주항공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제주항공은 당초 이스타항공에 투입하려 했던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무기한 연기하며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또 이달 26일 이스타항공이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으나 제주항공은 후보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는 등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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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회사를 위해 마지막 카드인 지분 헌납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타항공의 매각대금은 약 545억원이다. 매각이 완료될 경우 이 대금은 지주사인 이스타홀딩스로 들어간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항공 상무와 아들 이원준씨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는 매각대금의 일부를 취할 수 있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대주주가 자금을 취하는 대신 임금 체불 등을 해결하는 데 대출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회사의 재정난을 초래한 대주주가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셌다.

이스타항공의 이번 결정이 M&A 과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시간이 없다. 임금은 물론 체제비 등 고정비용이 사실상 바닥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M&A에 따라 정부 지원금 검토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대신 정부는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명분으로 1,7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인수만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제주항공의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스타항공은 청산 절차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근로자 대표 및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29일에 인수 협상 종결을 못하고 3개월 인수 협상을 연장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더 이상 버틸 자금이 없어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주항공에 인수되는 것 만이 살 길”이라며 “제주항공의 인수 없이는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지난달 12일 AK홀딩스(006840) 대표로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을 선임했다. 전임 대표였던 안재석 대표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두지휘 해 온 인물이다. 반면 이 대표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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