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中의 포스트 코로나 외교 실책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中에 손 내밀던 인도와 영토 분쟁

긴밀한 관계였던 濠와도 틀어져

中외교관들은 날선 막말 쏟아내

대립적인 외교정책에 입지 위축

파리드 자카리아파리드 자카리아



미국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이 갈지자걸음을 걷자 중국이 이 상황을 자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사실 미국은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을 염려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특징은 중국의 전략적 실착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발생한 중국군의 인도 영토 난입이다. 중국군은 인도와 오랫동안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갈완 계곡으로 밀고 들어가 약 60㎢ 넓이의 황무지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군인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국의 도발은 인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수년간 인도는 미중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집권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8차례나 회동했고 양국이 손을 맞잡고 중국을 견제하자는 미국의 끈질긴 제안을 뿌리치며 미중 양국과 ‘다중동맹’ 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인도 언론은 맹렬한 반중 정서를 토해냈고 명망 있는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외교정책의 일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비제이 고칼레 전 인도 외무장관은 언론기고문에서 “아시아의 중국 인접국들은 베이징 정부의 공격적 조치를 더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상황 관리를 위해 이 지역의 국가들은 현장에 배치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양대 강국과 최선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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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급부상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꼽히는 호주도 마찬가지다. 호주 정부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추구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호주 관리들은 중국이 자국에 일련의 사이버 공격을 가한 것으로 의심한다. 중국이 호주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들을 겁박해 변함없는 충성을 강요하는가 하면 호주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인들을 국가 영향력 제고를 위한 공작 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지난 2017년 호주의 국내정보국 수장인 덩컨 루이스는 국회 증언을 통해 “우리 정부를 겨냥한 전례 없는 규모의 외세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면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이어 “우리의 주권과 정치 시스템의 온전성, 국가의 보안 역량은 물론 경제적 이익을 비롯한 기타 국익이 이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호주 정부가 한발 더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할 것을 제안하자 중국은 호주산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한편 “호주는 중국의 신발에 붙은 껌”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중국 관광객들의 호주 방문자제를 촉구했다.

중국의 대립적인 외교정책은 거친 외교 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외무부 자오리지안 대변인은 날 선 막말을 수시로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팬데믹 책임론이 대두하자 그는 바이러스가 미군에 의해 중국에 유입됐다는 음모론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늑대 전사들’로 불리는 중국의 신세대 외교관들은 공격적이고 대립적이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고 믿는 이들은 중국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조롱을 퍼붓는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압박전술을 구사해가며 중국에 대한 찬사를 끌어내려 든다. 최근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국가들에 의료품을 제공하면서 노골적으로 감사 인사를 요구한 것이 좋은 예다.

미국과 준동맹 관계를 맺고 경제 개혁의 시동을 걸었던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빛을 숨기라(Hide your light)’는 속담을 인용해가며 측근들에게 함부로 국력을 자랑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바 있다. 2005년 후진타오 주석의 한 보좌관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에 “중국, 거대강국으로의 평화로운 부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덩샤오핑이 인용한 속담을 바탕으로 조용한 강대국이라는 중국의 콘셉트를 해석한 글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중국을 선량한 지구촌 시민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상은 중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예리한 이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은 힘의 진공상태에서 떠오르고 있는 게 아니다. 아시아는 일본·인도·호주와 같은 주요국들이 포진하고 있다. 중국이 취하는 조치들은 지역 내 주요국 정부들의 관계 속에서 고려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시 주석이 취한 외교적 조치들 탓에 오늘날 중국은 냉전 시대 소련이 처했던 것과 동일한 전략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점점 적대적으로 돼가는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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