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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적자라면서…쿠팡이 로켓배송 고집 안 꺾는 이유는?





택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 주문한 택배를 내일 아침에 받아보는 게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니게 됐죠. ‘빨리빨리의 민족’인 우리에게 정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좀 불안합니다. 빠른 배송이 끊임없는 적자를 낳고 있기 때문이죠. 이러다 우리 로켓배송 더 이상 못 받게 되는 건 아닐까요?

쿠팡의 실적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후 쿠팡의 적자 폭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새벽배송’을 하는 SSG닷컴, ‘샛별배송’을 서비스 중인 마켓컬리 등 빠른 배송 사업에 뛰어든 다른 업체들도 다를 바 없죠. 하지만 쿠팡은 오히려 대구에 축구장 46개 넓이의 초대형 센터를 짓고 있고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 역시 “지금은 흑자 전환을 할 때가 아니라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포부를 밝혔죠. 이들이 적자에도 덩치를 키우려는 이유, 대체 뭘까요?





그건 바로 물류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규모의 경제’란 투입규모가 커질수록 장기평균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좀 더 쉽고 간단하게 풀어보자면 이런 겁니다. 새로운 형태의 배송이 가능하기 위해선 전에 없던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미리 매입한 물건을 쟁여둘 허브를 지어야하고, 신선 식품을 관리할 냉장 창고가 필요하고, 좀 더 효율적인 출고 시스템(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하죠.

당연히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허브를 다 짓고 냉장 창고를 구비하고 출고 시스템도 자리 잡은 후엔 더 이상 어마어마한 지출이 나갈 일은 없는데다, 더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환경이 마련되겠죠. 결과적으론 조금이라도 앞서 그 환경을 구축해 놓아야 고객들을 ‘선점’해 더 큰 이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꽤 오래 걸린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 이커머스 분야 점유율 1위인 아마존도 흑자로 들어서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죠. 게다가 연 100달러면 어떤 제품이든 지역 상관 없이 무료 배송과 할인을 해주는 아마존 멤버십, 생필품 정기 배송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의 안정화를 이뤄냈지만 지금도 순이익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1994년 창립한 아마존의 투자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미국을 넘어 전세계 시장을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아마존은 돈을 버는 족족 세계 정복을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무려 -43.9%의 적자를 찍으며 고전하던 창립 초반기를 어떻게 버텨낸 걸까요? 바로 참을성 많은 주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첫 편지에 ‘고객에 대한 집착’과 ‘장기적 관점’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요. 당장은 적자를 보더라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궁극적으론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약속했죠. 매 분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먼 미래의 목표를 지지해준 주주들이 있었기에 아마존은 혁신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쿠팡 역시 적자를 보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투자 유치에 있는데요. 특히 과감한 투자로 유명한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이 뒷 배경에 있었죠. 쿠팡은 2014년 시작한 로켓 배송이 수천억 단위의 영업손실을 내는데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는데요. 당시만 해도 ‘언제 망할까’란 의견이 우세했지만, 2015년 쿠팡은 보란 듯이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1,200억원)의 자금을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합니다. 게다가 3년 후 자금이 거의 다 떨어져 갈 무렵,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 2,500억원), 즉 기존의 2배 규모에 해당하는 자금을 다시 한 번 투자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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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손정의 사장이 “전세계에 걸친 IT 벨트를 구축하겠다”며 조성한 100조원 규모의 펀드인데요. 이렇듯 최대 주주가 당장의 손익보다 미래 성장을 중요시하며 힘을 실어주다 보니 쿠팡도 더 과감하게 투자를 해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든든한 건 아닙니다. 최근 비전펀드는 연이은 실적 부진을 보이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죠. 특히 작년에 비전펀드는 투자 종목 중 하나인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하며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쿠팡이 흑자 전환을 할거라 예측하는 2023년까지 쿠팡이 과연 비전 펀드로부터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마켓컬리의 경우는 어떨까요? 높은 매출 성장률과 시장 선도 가능성으로 마켓컬리가 유치한 투자는 총 4,200억 규모. 얼마 전 유치한 2,000억 규모의 E클라스 투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벤처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감한 상태에서 이뤄져 화제를 모았죠. 하지만 마켓컬리 역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흥미를 잃게 된다면, 미래는 다시 불투명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결국 이들의 비전이 언제까지 투자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 같은데요. 특히나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사업 현황을 보면, 미국, 중국에 비해 여러 기업이 시장을 골고루 나눠 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배송 시스템의 혁신이 이들 간의 ‘치킨 게임’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새로운 승자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년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빠른 배송을 누리고 있을까요?


정민수 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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