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 곡성을 찾은 날 비가 많이 내렸다. 빗줄기가 잦아들 만도 한데 카메라를 꺼낼 틈도 주지 않고 계속 왔다. 기약 없이 내리는 비가 언제 멎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관광안내소에서 비를 피하며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다 다시 밖으로 나와 빗속을 뚫고 침실습지로 향했다.
섬진강 침실습지는 우리나라에서 스물두번째로 지정된 국가보호습지로 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유명하다. 손민호 문화관광해설사는 “물안개는 4~6월 새벽에 많이 피어오르는데 이때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낮에 찾은 침실습지에서 물안개가 올라올 리는 없었다. 곡성군을 지나는 섬진강은 곡성천·금천천·고달천과 만나면서 거대한 습지를 이룬다. 침실습지의 규모는 203만㎡. 강의 양안과 삼각주에는 비옥한 양분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 풀이 짙푸른 초록을 뿜어내고 있다. 침실습지의 주인공은 식물들만이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 2급 삵, 남생이, 흰꼬리수리 등 665종의 동물과 조류가 강과 수풀을 터전으로 공존하고 있다. 침실습지는 이 같은 가치를 인정받아 제22호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물줄기와 수풀 위로 물안개가 내리는 풍경이 아름다워 포토존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곳은 해뜰녘에는 고달교 남쪽으로 200m 지점에 있는 섬진강 서편 강둑이나 생태데크가 시작되는 지점, 혹은 침곡목교 위쪽이다. 해질녘에는 동악산으로 떨어지는 풍광을 렌즈에 담는 포토그래퍼들을 볼 수 있다.
2년간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갔던 곡성 청계동계곡은 지난해 7월 빗장을 열었다. 동악산 북쪽에 위치한 청계동계곡은 곡성을 대표하는 여름철 피서지로 계곡 입구에는 천연수영장이 있고 위쪽에는 크고 작은 소가 널려 있어 가족단위의 물놀이에 적합하다. 입구에서 500m쯤 올라가면 폭포가 있는데 편평한 암반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손 해설사는 “곡성읍과 입면 사이로 동악산이 용의 모습처럼 뻗어내리다 강줄기를 만나 멈춘 곳이 청계동”이라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남원시의 한봉과 순자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도계(道界)지역으로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여름에는 맑은 물이 계곡 사이로 흐르고 울창한 소나무숲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이 많다. 청계동은 4㎞쯤 되는 긴 계곡으로 주변에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많고 골짜기를 따라 군데군데 작은 폭포들이 있다. 청계동은 임진왜란 때 고경명 장군의 우부장으로서 금산전투에 참가했던 청계 양대박 장군이 의병을 양성하고 활동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곡성에는 수시로 왔지만 청계동을 찾은 것은 10년 만이었다. 청계동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계곡은 포장도로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입구까지 아스팔트 도로가 나 있고 길이 끝나는 곳에 산림청 산하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곡성 치유의숲이 들어서 있다.
이석범 곡성치유의숲 주임은 “국립 곡성치유의숲에서는 동악산 등반, 꽃차블렌딩을 비롯해 산림을 이용한 치매 예방, 수면건강 증진 프로그램, 숲에서 실시하는 태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놓았다”면서 “3~10월에는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과 청소년단체를 대상으로 한 숲체험교육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건강측정실에서는 체성분검사·심박검사·혈압검사 등을 할 수 있는데 체험료는 개인 5,000원, 단체 4,000원으로 저렴하다. 그밖에 세미나룸과 다양한 숲체험 및 숲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어 색다른 여행이나 모임을 원하는 이들은 한번쯤 경험해볼 만하다.
곡성읍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메타세콰이어길도 들러볼 만하다. 사람들은 나뭇잎이 갈색으로 물드는 가을 풍경을 으뜸으로 치지만 개인적으로는 채도가 낮은 갈색 잎새를 뒤집어쓴 가을보다 녹색으로 뒤덮인 이맘때가 훨씬 아름답게 느껴진다. /글·사진(곡성)=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