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행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한때 중장년층의 취미생활로만 여겨지던 등산이 코로나19 시대의 대안 여행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마다 품고 있는 역사를 알아가는 것도 산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서울에도 적당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숲과 산이 동네마다 하나씩 자리한 가운데 서울관광재단이 가볍게 즐길 만한 서울의 동산 4곳을 엄선했다.
서대문구 안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 직후 궁궐을 세울지 고민하던 곳 중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무악산이라고 불렸다. 안산은 자락길을 편안하게 걸으며 즐길 수 있는 푸른 숲부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까지 대도시 서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산허리를 한 바퀴 도는 안산 자락길은 총 8㎞의 숲길이다. 계단을 없애고 데크와 흙길로 평탄하게 길을 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서대문구청 방면, 연세대 방면, 봉원사 방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면 등 접근성도 좋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라 이른 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상쾌한 바람이 숲을 가르고 머릿결을 스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성산은 높이 66m인 뒷동산이다. 산이 성처럼 둘러싸여 있다 해서 성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순우리말로는 성메 또는 성미라서 성미산으로도 불린다. 원래는 성산 1동과 2동까지 연결됐지만 일제강점기 때 홍제천 공사를 하면서 성산과 새터산으로 분리됐다. 작은 동산이지만 나름 호젓한 숲이 있어 주민들에게 산책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산 자체는 높지 않아 시원한 맛은 없지만 북한산의 역동적인 산등성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 멋진 풍경이 된다. 전망대에서는 내부순환로와 성산동 일대의 풍경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북한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성북구 개운산은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나라의 운명을 새롭게 열려는 마음을 담아 불교사찰 영도(永導)사를 창건한 곳이다. 정조 때 사찰을 북쪽으로 옮기면서 개운사로 이름을 바꿨고 그에 따라 산 이름도 개운산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한국전쟁 당시 포탄이 떨어져 민둥산이 되기도 했던 아픔을 가졌다. 지금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총 3.4㎞의 코스로 명상의 길, 연인의 길, 산마루 길, 사색의 길, 건강의 길을 따라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산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 있고 날이 맑을 때는 정상 마로니에 운동장에서 북한산과 도봉산 능선도 볼 수 있다.
동대문구 배봉산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둘레길을 따라 숲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배봉산 둘레길은 배봉산숲속도서관에서 출발해 서울시립대·삼육서울병원·휘경여고 뒤로 놓인 순환길을 따라 걷다 다시 출발지인 배봉산숲속도서관으로 돌아오는 총 4.5㎞ 코스다. 데크를 따라 숲을 천천히 돌아도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코스를 걷다 보면 소나무·팥배나무·아까시나무 군락 등을 만나게 된다. 무장애 숲길로 조성돼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LED 가로등을 설치해 해가 진 뒤에도 산뜻한 밤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 있다. 배봉산은 110m밖에 되지 않지만 정상 해맞이광장에 오르면 사방으로 서울의 풍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