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우주 데이터 활용한 '하류 가치사슬' 키워야 혁신 이룬다"

[서울포럼2020-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어디까지 왔나' 주제 토론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

발사체·위성개발 등 상류가치보다

방대한 우주 데이터 축적이 핵심

스페이스X 잇단 폭발사고 끝 성공

실패 용인 '도전 유도' 생태계 필요

30일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제2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댄 헨드릭슨 미국 아스트로보틱 부사장과 유리 다카야 일본 도쿄대 초빙연구원 등 포럼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30일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제2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댄 헨드릭슨 미국 아스트로보틱 부사장과 유리 다카야 일본 도쿄대 초빙연구원 등 포럼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



‘한국판 뉴 스페이스(New Space)’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우주개발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제언이 ‘서울포럼 2020’에서 나왔다. 국내에서도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정책은 여전히 10년 전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판 스페이스X의 탄생을 위해 실패를 용인하는 제도와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3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서울포럼 2020 부대행사로 열린 ‘제2회 서경 우주포럼’에서는 ‘뉴 스페이스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패널리스트로 나선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방향에 대해 “우주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와 같은 상류 가치사슬에 집중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각국은 물론 민간기업들까지 우주개발에 앞다퉈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여태껏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며 “우주 데이터를 활용한 하류 가치사슬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 우주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데만 급급해 우주 데이터 활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뉴 스페이스 시대의 본질을 놓치는 일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통신(IT)·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이 우주 데이터와 결합된다면 한국이 우주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우주 기업의 도전과 혁신 없이는 한국식 뉴 스페이스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뉴 스페이스의 대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경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은 “스페이스X가 첫 민간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기까지 실험 과정에서 세 차례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며 “만약 첫 번째 폭발 사고 때 정부가 실험을 금지했다면 지금의 스페이스X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민간 우주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실패를 용인하는 제도, 축적 가능한 기술력, 재투자가 가능한 수익구조 등이 마련된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강경인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단장이 3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제2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권욱기자강경인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단장이 3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제2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정부 지원과 함께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류장수 AP위성 대표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민간이 적극 나서야 하는데 기술사용료 등 규제가 과도한 측면이 존재한다”며 “뉴 스페이스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역시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위성과 로켓 등 민간 우주 생태계를 조성하고 범부처를 아우를 수 있도록 총리실 직속 우주처(청) 신설과 국가우주위원회의 대통령 직속 격상 등 새로운 우주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우주 산업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우주인력 양성과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뉴 스페이스 생태계가 조성된 상태다. 발제자로 나선 댄 헨드릭슨 아스트로보틱 부사장은 “달 화물 수송 업체인 자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기관인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일하면서 시장에 나사가 우리 프로그램을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알렸기 때문”이라며 “한국 역시 항공우주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민간 우주 기업과 함께 우주 서비스를 확장한다면 산업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유리 다카야 일본 도쿄대 초빙연구원도 “올드 스페이스에서 정부와 과학자 등이 전통 우주 개념에만 집중했다면 뉴 스페이스 시대에서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본도 해외 유수의 우주 대학 졸업자들이 일본으로 유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게 됐다”고 말해 우주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낙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장은 “민간이 우주 산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고 기술개발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 법령을 제정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우주 분야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싱크탱크로서 국가 우주정책센터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뉴 스페이스의 진화를 위해서는 전체 자원이 뉴 스페이스에 집중돼 대형 산업으로 성공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정책과 기술개발 로드맵도 만들어 하반기에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윤·이재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