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089590)은 이스타항공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
이스타항공 창업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을 전량 헌납하며 제주항공에 인수·합병(M&A)을 재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제주항공은 “공문이 오면 검토하겠다”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39.6% 중 질권 설정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지분 1%를 제외한 38.6%를 이스타항공에게 무상으로 넘긴다고 밝혔다. 약 41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오너 일가가 회사 경영에서 손을 완전히 떼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매각을 담당하는 협상 주체가 지주회사인 이스타홀딩스에서 자회사인 이스타항공으로 변경됐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온 매각협상의 주체가 오너일가의 지분 헌납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이 사전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계약 변경과 같은” 내용을 발표한데다 기자회견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우리에게 공문을 보내거나 공식적으로 요청해온 바가 전혀 없다”며 “공문이 오면 법무법인과 상의해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스스타항공 측은 이에 대해 “만나자고 연락해도 서면으로 달라고 하는데 우리가 서면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후속 방법과 방식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보자 밖에 없다”며 “작년 9월부터 줄곧 만나서 협상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공문 타령이냐”고 반문했다.
양측은 구체적인 사안에서도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임금체불 문제도 양측이 맞서는 지점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은 대주주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으나, 이스타항공 측은 통상적으로 인수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스타항공의 운항증명(AOC)이 정지된 이유였던 전 노선의 운항중단(셧다운) 행보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지시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유류비, 조업비 미지급에 대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인수가 무산되고 결국 이스타항공이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노선운항은 지난 3월부터 전면중단된 상태로 일부 비행기 리스 계약도 파기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원했던 가치들에 큰 변화가 생겼다”며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까지 감안해야하는 이번 딜에서 제주항공이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