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먹고 살 준비만 하게…" 부탁하던 김규봉 감독, 돌연 "故최숙현 안 때렸다"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 사건에 대한 공분이 커지면서 이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등 인물들의 신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 선수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관리해 온 김 감독이 평소에도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는 지난 2일 열린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SNS에는 최 선수의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팀닥터 안모씨, 선배 선수 등의 사진과 이름이 올라왔다. 최 선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김 감독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김 감독과 함께 최 선수에게 상습적 폭행을 가한 팀닥터 안모씨의 신상도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안모씨는 김 감독의 소개로 경주시청 팀에서 일하게 됐고, 선수들에게 매달 100만원씩 금품 지급을 강요했다고 한다. 최 선수도 2016~2019년 동안 약 1,4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팀닥터에게 입금했다며 지난 2월 팀닥터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안모씨는 의사가 아닌 물리치료사로 알려졌다. 또 선수단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체육계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경주시청 관계자도 “철인3종경기 경주시청팀에 정식 팀닥터는 없고 그 명목으로 배정된 예산도 없다”고 전했다. 김 감독과 안모씨는 돈독한 관계였고, 김 감독은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고 한다.

고(故) 최숙현 선수가 생전에 남긴 훈련일지. /SNS 캡쳐고(故) 최숙현 선수가 생전에 남긴 훈련일지. /SNS 캡쳐


최 선수가 생전에 남긴 녹취록을 들어보면 김 감독과 안모씨는 음주를 하면서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안모씨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너는 매일 맞아야 돼” 등의 말을 하며 20분 넘게 폭행을 가했다. 또 김 감독과 둘이 술을 먹으며 최 선수의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밀치는 등의 가혹행위를 했다.


김 감독이 욕을 안하면 ‘오늘 뭐 잘 못 먹었나?’ 싶을 정도로 폭언은 일상이었고, 최 선수가 김 감독에게 여러 번 맞았다는 추가 증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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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사위원회에 출석한 김 감독은 최 선수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5개월 전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 아내와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있다. 먹고 살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최 선수가 소송을 시작하자 태도는 바뀌었다.

그는 “나는 (최 선수를)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센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위는 “감독은 최 선수를 트라이애슬론에 입문시켰고 애착을 가졌다고 하며 다른 팀으로 간 것도 감독이 주선했다고 한다. 2월까지 감독이 최 선수로부터 받은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에는 ‘고맙다’, ‘죄송하다’란 글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김 감독이 최 선수에게 애착이 있었다는 인사위 증언과는 달리 김 감독은 최 선수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최 선수 가족에게 경찰에 고소를 봐달라는 식의 문자를 몇 차례 보냈을 뿐 이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고(故) 최숙현 선수 마지막 메시지. /이용 의원 제공고(故) 최숙현 선수 마지막 메시지. /이용 의원 제공


한편 최 선수의 극단적 선택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최 선수 지인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원인 A씨는 ‘폭압에 죽어간 ‘故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해결해주십시오‘라는 글에서 “최숙현 선수 본인이 폭행을 당하던 당시의 녹취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를 당한 측에서는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여 자신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를 당한 측은) 前 경주시청 소속 선수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내가 때린 것 본적 있냐’는 말을 쏟아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이드 라인 (최숙현 선수는 원래 정신병이 있었고 자기 컨트롤이 안되고 정신적으로 이상한아이다, 본인들은 이런 폭력에 목격한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을 제시하며 탄원서 작성을 강요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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