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를 이끌 새로운 ‘대북 투톱’이 완성됐다. 문 대통령은 앞선 3일 남북관계 교착 국면 속 안보 라인 개편이라는 어려운 퍼즐을 ‘대북통’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의 국정원장 발탁으로 마무리했다. 또 북한의 속내를 가장 잘 알고 미국 정보당국과도 긴밀한 서훈 국정원장은 안보사령탑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하며 새로운 판을 짰다. 이번 인사는 문 대통령이 북한에 다시 한번 대화의 손을 내밀고, 한반도 프로세스 추진에 흔들림이 없음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힘 있는 정치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해 독자적인 남북사업에도 다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파격발탁' 박지원...'대북관계·국정원개혁' 두 마리 토끼 잡을까 |
청와대 내부에선 김대중 정부 때부터 남북관계를 이끈 박 후보자의 노련함을 활용하는 동시에 외부 출신을 발탁해 국정원 개혁을 마무리 지으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인사에 담겨 있다는 분석하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정치력을 갖췄다’는 점을 인사 배경으로 밝혔다. 박 후보자는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정(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美도 인정하는 '북한통'... "안보실장 발탁은 예고된 인사" |
이어 문재인 정부 첫 국정원장으로 임명돼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된 남북미 대화 국면과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물밑에서 긴밀히 조율했다. 2017년 북한의 화성15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각 발사를 ‘대화 신호’로 분석한 것도 서 내정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만난 국내 대표 ‘북한통’이기도 하다.
서 내정자는 특히 북한·미국의 외교적 이해관계를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서 내정자의 북한 정보력에 대해선 미국 역시 신뢰하고 있기에 미 정보당국과의 관계도 끈끈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 국장이었던 당시부터 김영철 전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구축된 ‘폼페이오-서훈-김영철’ 라인은 남북미를 잇는 비밀 채널로 꼽힐 정도다. 서 내정자는 인사 발표 직후 “우리의 동맹인 미국과는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안보라인 개편, 남북 교착 국면 뚫을까 |
문 대통령은 아울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 전 안보실장에게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라는 자리를 맡겨 곁에 두기로 했다. 특히 임 전 실장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막후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권은 북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 관계가 교착 국면을 맞은 지금 문 대통령이 대대적인 안보라인 개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어진 남북회담의 물밑 공신들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북한에 다시 한번 대화의 손을 내밀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아울러 지금까지 이어진 한반도 프로세스 추진에 여전히 흔들림이 없음을 강조하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