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한국 정가에서 10월 북미정상회담 설이 솔솔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돌연 “만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일 자신 명의의 담화를 내고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선희는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싼표를 짜놓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최선희의 담화로 지난 3일 외교안보라인을 대폭 물갈이하고 북미 대화에 팔을 걷어붙인 우리 청와대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다음은 최선희 담화 전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우리의 기억에서마저도 삭막하게 잊혀져 가던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화제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뿌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국대통령선거전에 조미수뇌회담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미국집권층이 공감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지어는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완화와 바꾸어 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나는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데 대하여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여 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 긴말할 것도 없다.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