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유동성 위기설’이 돌던 쌍용자동차가 한숨 돌리게 됐다.
산업은행이 7월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900억원의 만기를 올 연말까지 연장했고 6월말 만기였던 외국계 은행의 차입금도 만기 연장이 받아들여지며 쌍용차(003620)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것이다. 다만 만기 연장 기간을 두고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남았다는 분석이다. 산은이 1년 만기 연장이 아닌 6개월 한시 연장 결정을 내려 쌍용차는 그전까지 생존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6일 산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쌍용차에 대한 대출금의 만기를 올 연말까지 연장하는 안이 결정됐다. 앞서 쌍용차는 산업은행에 6일과 19일에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700억원과 200억원의 만기 연장을 신청했다.
산은의 만기 연장으로 당장 대출 문제는 해결됐지만 쌍용차의 앞길은 험난하다. 우선 매달 돌아오는 어음만 1,500억원에 달한다. 쌍용차는 서울 구로동 서비스센터 매각대금 1,800억원이 들어오며 간신히 지난달을 버텨냈다. 8월에는 JP모건의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 4월에는 차량 판매가 급감하며 현금 여력이 부족해져 직원 월급 일부를 줄 수 없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은행권의 갑작스러운 자금 상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지난 4월과 같은 위기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올 1·4분기 기준 쌍용차가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빚은 총 3,899억원이다. 이 가운데 1,688억원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JP모건 8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원 등이다. 다만 자동차 판매량이 1만대 수준을 회복한 것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4월만 하더라도 쌍용차의 월간 판매량은 6,813대까지 줄었지만 5월과 6월은 전월 대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회사 경영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쌍용차는 우선 정부 지원을 바라고 있다. 동시에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새 투자자 유치 작업도 병행 중이다. 쌍용차 기대와 달리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17일 간담회에서 “돈만으로는 기업을 살릴 수 없다”고 말해 쌍용차의 단기 회생을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 결과 산은의 쌍용차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도 1년이 아닌 6개월로 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이 회장은 쌍용차가 정부 지원을 원한다면 ‘생즉사 사즉생’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에 추가적인 임금 삭감이나 일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권고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인위적 구조조정이 금기시된 쌍용차 노사 현황에서 이 같은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결국 쌍용차에 남은 마지막 카드는 새 투자자 유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비상경영에 나서며 선뜻 대규모 투자금을 내놓을 업체가 없는 게 문제다.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새로운 대주주를 찾기 위해 매각주관사로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선정하고 빠른 시일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내수 1위 업체인 지리차와 1위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등 3~4곳 정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새 투자자의 빠른 유치를 위해 마힌드라가 지분 감자를 하는 등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마힌드라가 노조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는 점이다. 쌍용차에 7,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대주주 지분 감자에 나설 경우 투자금의 추가 손실을 감수해야 해서다.
/서종갑·이태규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