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대륙 세력과 영토를 접하고 있는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 있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동아시아대륙에서 한일은 군사·문화·경제의 경쟁자이며 협력자로 애증의 관계였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약 1세기 동안 지속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인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 속에서 양국은 공생관계였다. 협력의 시작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공식적으로 시작된 경제분업이다. 1990년대까지는 일본에서 한국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고 비하할 만큼 한국의 심각한 대일무역적자가 문제로 떠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2000년대 이후 한일은 각각 완성품과 장치·소재·부품 분야의 우위를 바탕으로 ‘수평적 협업 관계’를 형성해 양국 모두에 이익을 창출해주는 상호호혜적 관계로 발전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한일 무역 공급망이 타격을 입지 않았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한일의 협력은 경제 분야를 넘어 생존문제인 안보 영역에서 더욱 중요하다.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지난 20년 동안 매년 10% 이상의 국방비를 증가시킨 중국의 존재는 한일 안보환경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중국은 한국의 기대와 달리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2000년 이후에도 미국의 기대와 달리 패권국가로 나아가며 신냉전체제를 구축했다.
신냉전이 동아시아를 집어삼킬 경우 자유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 간 이념전쟁은 필연적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회주의의 승리를 역설하며 더욱 좌경화되고 있고 미국 역시 미중 패권전쟁을 공산당 독재로부터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으로 규정하며 반공 이데올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사회에 혼돈이 커질수록 진영 간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일본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인접국이며 전략적으로도 한반도 분쟁시 한국을 지원하는 후방 보급기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파트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미군이 한반도로 곧바로 투입이 안 된다. 일본의 안전한 곳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보급을 한다”며 “6·25전쟁 때도 한미의 무기와 탄약 및 물자, 군수품이 다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 이런 보급체계가 잘 작동하려면 한일 간의 원만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박우인·허세민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