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이 기존 임대사업자들에게까지 세제혜택 폐지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양도세 감면 혜택 축소 등의 경우 아직 발생한 법률 효과가 아니고 공익적 명분에 따른 법 개정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불과 2년 반 전에 각종 세제혜택을 약속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유도했던 만큼 해당 법안이 실제 추진될 경우 정부 말만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의 집단반발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2면6일 관계부처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은 7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발의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세 감면 혜택 폐지 법안을 기존 임대사업자에게까지 전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5일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감면 혜택 축소를 기존 임대사업자에게까지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혜택 관련한 조문을 삭제한 개정안에서 이미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경과규정이나 부칙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임대 사업자에게도 적용할 목적이라 법 개정안에 부칙을 따로 달지 않았다”며 “종부세 개별 과세를 약속하기는 했지만 법이라는 것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반발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존 임대사업자를 보호하는 것보다 법을 개정함으로써 얻는 공익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판단에서 소급 적용하는 법안을 냈다”고 밝혔다. 애초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기존 임대사업자에 대해서까지 관련 혜택을 대대적으로 손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세제혜택 축소 법안을 전면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권에서 공식 발의된 것이다.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집단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은 법 개정이 아직 진행 중인 법률 관계에 대한 입법(부진정소급)으로 위헌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양도세 감면 혜택 등은 아직 발생한 법률 효과가 아니기에 부진정 소급 입법에 해당한다”며 “앞으로 발생할 미래에 대한 규제이고, 공익이 훨씬 더 커서 위헌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최선을 다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나가겠다”며 “국회에서 신속히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세종=하정연기자 양지윤 기자 ellenaha@sedaily.com
뿔난 임대업자 집단반발 “장려할 때는 언제고...정책 배신감 느껴”
정부 각종 세제 혜택에
2년 반만에 임대사업자 두 배로 껑충
6·17 대책 소급 반발 이어 집단 행동 가능성
與 “부진정소급입법, 위법 아니다”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합산 과세 배제·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폐지 법안을 기존 임대주택사업자에게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 공포 이후 등록하는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기존 임대사업자까지 전면 소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정권 초 각종 세제혜택을 주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던 정책 방향을 180도 선회해 혜택을 거둬들이자 “정부가 각종 혜택을 미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끔 하더니 정부가 배신한 것이 아니냐”는 임대사업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여당이 추진하려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법안은 그간 종부세 합산 과세를 면제해줬던 등록 임대주택을 합산 과세 대상에 넣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오는 2021년 1월부터 소형주택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2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20%를 감면하고, 장기일반임대주택의 경우는 50%를 감면해주는 조항도 없앴다.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은 양도소득세까지 과세 특례가 가능하도록 한 내용도 삭제했다.
문제는 여권이 관련 입법을 기존 임대사업자에게까지 전면 소급하려 한다는 점이다. 현재 6·17부동산대책 이전 아파트 수분양자들 일부가 대출 규제를 소급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임대사업자들도 위헌 논란에 불을 지피며 집단반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당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이 아직 종료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에 개입하는, 일명 ‘부진정소급입법’이기에 위헌 소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투기 억제’라는 공익적 목적이 크기 때문에 공익실현, 신뢰보호 원칙 등 헌법상 원칙을 고려하면 소급 입법 자체가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일단 해당 법안을 포함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모조리 줄이는 입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임대 사업자들이 그간의 세제혜택을 투기 목적으로 악용하며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권 초기 정부는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해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임대사업자에 대해 지방세를 감면하고 종부세 합산을 배제해주며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해주는 등의 정책을 폈다. 이 같은 ‘당근책’에 현 정부 들어 등록 임대주택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정책 발표 한 달 만에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가 7,300여명 늘어났을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8만채였던 등록 임대주택 수는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156만9,000채로 집계됐다. 3년 만에 58만9,000채가 늘어난 것이다. 등록 임대사업자 수도 늘었다. 2017년만 해도 26만1,000명에 불과했지만 올 1·4분기 들어서는 이보다 2배 가까이 뛴 51만1,000여명으로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임대등록이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다주택자가 늘어나고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나 집값이 뛰자 정부는 뒤늦게 제동에 나섰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재건축단지 조합원 물량 신청을 위한 2년 거주의무를 신설한 것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임대주택을 공급해온 임대사업자들의 혜택을 거둬들이면 그 부담이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임대주택사업 시장과 관련해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한 여지는 있었겠지만 기존의 혜택을 모두 없애면 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로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이것이 전월세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세입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하정연기자 양지윤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