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의 집값 상승이 오히려 소비 활동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르면 돈을 쓰기보다 저축을 하는 성향이 강해지는데 정부의 6·17 대책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이승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최근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 소비가 위축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 부연구위원이 내놓은 ‘주택가격 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가계 소비 탄력성은 0.194로 추정됐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주택가격이 1% 오르면 가계소비도 0.19% 증가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무주택자일 경우 집값 상승시 가격 변동 탄력성이 -0.280으로 마이너스(-)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택보유자(0.257)와 달리 집값이 오를수록 소비가 줄어드는 셈이다. 집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택가격이 오르면 집을 사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주택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1,997만9,000가구 가운데 무주택자 비중은 43.8%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최근 집값 상승을 지켜보며 소비를 줄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주택자마저도 집값이 올라도 소비 여력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실거주 목적일 경우 차익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6·17 대책 이후 집값이 더 오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소비는 더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
6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2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오르면서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해당 지표는 대책 발표 이전에 조사된 내용이기 때문에 다음 조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가구 수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 추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3.47% 올랐다.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경우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반짝 상승한 소비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윤 부연구위원은 “표준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은 주택가격이 오를 때 필요저축액이 늘기 때문에 소비를 줄인다고 볼 개연성이 있다”며 “(최근 집값 상승과 관련해서도) 무주택자가 자산 취득 계획이 있다면 소비를 줄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