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까지 누적된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정수지의 급속한 악화가 나랏빚 증가로 이어지며 국가채무도 한 달 만에 18조원 가까이 늘면서 지난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764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차원에서 추진된 납기 연장, 그리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총수입과 총지출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은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가 현재 진행형인데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까지 본격 집행될 경우 세수절벽, 그리고 재정지표 악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1~5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5월 누계 기준 최대폭의 적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1조4,000억원이나 적자가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재정건전성 지표에 해당한다. 1~5월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61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재정수지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것은 들어오는 돈(총국세수입)은 쪼그라들고 있는데 나가는 돈(총지출)은 계속해 확대되는 구조 때문이다. 올해 1~5월 총수입은 19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조7,000억원 줄며 세수절벽은 더욱 가팔라졌다. 올해 걷으려고 한 세금 목표 대비 실제 걷은 금액의 비율인 진도율(2차 추경 기준)은 40.6%로 지난해(47.3%)보다 6.7%포인트 하락했다. 5월 기준 총수입도 3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조2,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법인세 세수 감소폭이 두드려졌다. 법인세의 경우 5월에 총 4조4,000억원이 걷혔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0조8,000억원이나 덜 걷힌 수치다. 소득세 수입도 5월 기준 총 7조8,000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조5,000억원 쪼그라든 규모다. 종합부동산세·인지세·증권거래세 등 기타 국세는 5월 3조원이 걷혀 1년 전보다 5,000억원 늘었다.
기재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세수 감소가 법인세 납부시기 변동, 코로나19에 따른 신고·납부기한 연장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부진했던데다 3월 신고 법인세 분납분이 지난해에는 5월 세수로 집계된 반면 올해는 4월 세수로 집계되면서 5월 실적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종부세의 경우도 분납기한이 2월에서 6월로 변경돼 5월에는 지난 해보다 6,000억원가량 덜 걷혔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재부의 설명처럼 총수입과 총수출에 일시적 요인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은 맞지만 당분간은 재정수지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전년에 비해 3대 국세 세수가 줄어드는 추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 와중에 3차 추경까지 집행될 텐데 정부가 재정을 풀면 어느 정도 경기회복에 기여는 하겠으나 결국 세수나 재정수지 측면에서 당분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서 총지출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1~5월 기준 총지출은 25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5월 한 달 총지출만 따져봐도 4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조5,000억원 늘었다. 국가채무는 5월 말 기준 764조2,000억원으로 전월 동기 대비 17조9,000억원이나 불어났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포함한 2차 추경 집행, 국고채 잔액 증가, 그리고 국민주택채권 잔액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