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악어의 입' 나라곳간…재정감시기구 만들어라

나라 곳간에 들어오는 세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재정 지출은 브레이크 없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나랏빚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증가하는 전형적인 ‘악어의 입’ 모형이 그려지고 있다. 악어의 입은 과거 일본의 재정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복지를 크게 늘린 일본이 거품경제 붕괴 이후 빚으로 복지예산을 메우면서 세입은 감소하는데 세출은 급증하는 그래프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최악의 재정 모델이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기획재정부가 7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21조3,000억원이나 덜 걷혔다. 특히 법인세는 같은 기간 13조9,000억원이나 줄어 26조1,000억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과 코로나19 쇼크가 기업들의 실적 저하와 세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정부의 총지출은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올 들어 24조5,000억원이나 급증해 259조원을 넘겼다. 실질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7조9,000억원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중앙정부 채무는 한 달 새 18조원 가까이 늘며 764조2,000억원까지 올라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에도 법인세 등의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악어의 입은 갈수록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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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이 텅 비어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쓰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심사를 보면 나랏빚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정부와 여당 할 것 없이 만연해 있다. 중장기적 차원의 증세 논의는 없고 꼼수만 난무하고 있다. 재정 폭주를 막는 방법은 법으로 통제하는 길밖에 없다. 국가채무비율의 상한선 등 재정 준칙을 담은 재정건전화법을 만들도록 국민들이 압력을 가해야 한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나랏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네덜란드 등 일부 선진국이 운영하는 중립적인 재정감시기구도 필요하다. 현 정부와 여당이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독점하도록 방치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진배없는 상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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