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7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21조3,000억원이나 덜 걷혔다. 특히 법인세는 같은 기간 13조9,000억원이나 줄어 26조1,000억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과 코로나19 쇼크가 기업들의 실적 저하와 세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정부의 총지출은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올 들어 24조5,000억원이나 급증해 259조원을 넘겼다. 실질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7조9,000억원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중앙정부 채무는 한 달 새 18조원 가까이 늘며 764조2,000억원까지 올라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에도 법인세 등의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악어의 입은 갈수록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라 곳간이 텅 비어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쓰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심사를 보면 나랏빚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정부와 여당 할 것 없이 만연해 있다. 중장기적 차원의 증세 논의는 없고 꼼수만 난무하고 있다. 재정 폭주를 막는 방법은 법으로 통제하는 길밖에 없다. 국가채무비율의 상한선 등 재정 준칙을 담은 재정건전화법을 만들도록 국민들이 압력을 가해야 한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나랏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네덜란드 등 일부 선진국이 운영하는 중립적인 재정감시기구도 필요하다. 현 정부와 여당이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독점하도록 방치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진배없는 상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