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범죄조직인 마피아가 발행한 채권이 시장에 1조원 넘게 풀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마피아인 ‘드랑게타’ 가 발행한 채권 규모는 10억유료(약 1조3,477억원)에 이른다.
유럽 최대 상업은행 중 하나인 방카제네랄리 등을 포함해 연기금과 헤지펀드, 가족운영 펀드사들이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제네바의 투자은행인 CFE가 방카제네날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에 채권을 팔 수 있도록 금융상품을 만들었다. 드랑게타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자가 몰린 것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행된 채권 대부분은 문제가 없었지만 일부 채권의 경우 드랑게타의 통제하에 있는 회사가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발행된 정황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드랑게타는 이탈리아 외부에는 시칠리아 마피아처럼 잘 알려진 범죄조직이 아니지만 지난 20년간 급부상해 서구 범죄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두려운 범죄조직 가운데 하나가 됐다. 드랑게타는 기업형 코카인 밀수부터 돈세탁·강탈·무기밀수 등 다양한 범죄에 연루돼 있다.
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드랑게타가 중앙집권화된 체제를 통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개의 독립된 계파들이 각자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이 거둬들인 범죄수익이 연간 440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