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사업자는 물론 대형 유통기업,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빅테크까지 결제 서비스에 뛰어들며 무한경쟁에 몰린 카드업계가 과도한 부수 업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발맞춰 카드사가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담은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면 업계의 자구적인 혁신 노력은 물론 낡은 규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신금융협회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카드산업의 디지털 혁신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2020년 여신금융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사가 네이버·카카오에 맞서 플랫폼 경쟁이 가능한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카드사가 핀테크·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차별화된 융합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이것이 가능하도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알맞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내 규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행법은 카드사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부수 업무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과 명확한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금융당국이 볼 때 카드사의 경영 건전성이나 금융소비자 보호·금융시장 안정성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업무라면 여전업과 관련이 있어도 할 수 없다.
윤 위원은 이에 대해 “카드사가 차별화된 핀테크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려면 여전업과 엄격하게 관련된 업무만 부수 업무로 인정하는 규정을 완화하고 사업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원이 카드 상품을 단순 선택하는 기존 ‘카드 중심 서비스’에서 카드사가 개인별로 차별화된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원 결제경험 중심 서비스’로 카드산업이 발전하려면 카드 부가서비스 관련 규정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드사가 한 번 개발한 부가서비스에 대해 3년 이내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대로라면 개인화된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적시에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핀테크·빅테크와의 차별적 규제 해소를 요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카드업계가 스스로 혁신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역차별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가 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카드업계가 마이데이터·마이페이먼트를 넘어 종합지급결제업까지 담당할 역량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도 혁신 DNA를 발현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창우 비자코리아 상무도 “가맹점 수수료나 이자 수익과 같은 현재 카드사들이 돈을 버는 주요 원천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카드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전략 전반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