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정보 가치를 평가하기는 어렵고, 일단 내용을 알고 나면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가 한 말이다. 뉴스가 그렇다. 일반적인 경제학의 잣대로 측정하기 어렵기에 뉴스는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로 분류된다. 실제로 옆 사람이 보는 신문을 어깨너머로 보거나 방송 뉴스를 함께 듣는 것을 막을 길이 없고, 여러 사람이 소비해도 뉴스가 줄어들지는 않으며, 일단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면 그 특별했던 가치는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뉴스의 소비와 그 비즈니스모델을 일반 재화와 같이 볼 수 없는 이유다.
신간 ‘가짜뉴스 경제학’은 이 같은 뉴스의 경제학을 역사와 사회학적 분석에 근거해 파고들었다. 기자 출신이자 미디어 스타트업 경영자, 대기업 마케팅 임원을 지낸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저널리즘의 ‘객관성’과 ‘전문성’은 뉴스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형성 과정에서 1800년대 중후반에 만들어진 신화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미디어의 탄생 시점이라 할 수 있는 인쇄 매체의 등장기에 인쇄와 뉴스는 지식 확산 방법의 하나로 ‘돈이 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이제 대량생산 체제에서 지식경제 체제로의 변화에 따른 대중의 소멸과 플랫폼 경제의 등장으로 인해 200여년 지속된 뉴스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너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짜’ 뉴스가 다량으로 유통되는 상황에서 과거식 저널리즘의 신화로 뉴스를 판단,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디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기자가 혐오적 표현의 대상이 되고 뉴스 신뢰도를 급락시키는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뉴스 콘텐츠에 덧씌워진 저널리즘의 신화를 벗겨내고 모든 것을 가짜뉴스 탓으로 돌리려는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라고 제안한다. 동시에 지식경제 산업의 하나로서 독자 신뢰를 회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뉴스 비즈니스의 대안으로서 저자는 디지털 퍼스트 전환으로 매출 하락세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 뉴욕타임스의 구독 중심 모델, 노르웨이 십스테드 미디어 그룹과 같은 디지털 사업 다각화 모델, 버즈 피드처럼 태생부터 디지털 미디어를 전제로 한 디지털 네이티브 뉴스 기업 모델 등을 보여준다. 저자의 “‘부수는 광고를 의미하고 광고는 돈을 의미하며 돈은 독립성을 의미한다’는 ‘퓰리처의 등식’을 ‘뉴스 독자는 데이터를 의미하고 데이터는 수익 모델 혁신의 기반이며 수익모델 혁신 성공은 독립성을 의미한다’는 말로 대체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