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차 북미정상회담을 띄운 가운데 북한이 전략무기 시험발사를 당분간 조건부로 유예할 뜻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 레드라인(금지선)’에 준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을 유예함으로써 오는 11월 3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서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미 협상 과정에서 실무협상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선호해왔다.
실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독립절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며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특히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특별한 친분 관계로 인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 전략무기 도발은 가능한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시사한 대목은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며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유지는 필요하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실상 결별을 선언하는 조치가 될 수 있는 SLBM 등과 같은 전략무기 시험발사는 당분간 조건부로 유예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극단적인 군사적 도발 대신 현상유지를 결정한 것은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새로 들어설 정권과 협상을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은 “어쨌든 조미수뇌들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되여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생각하며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경계하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대미 관계 개선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미국 행정부, 미국 전체 즉 여론 등과 상대해야 한다는 인식은 미국에 대한 현실적인 그리고 높은 이해 수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여정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한미연합훈련 중지, 종전선언, 주한미군 문제 등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 조야의 부정적 여론이 큰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미는 오는 11월까지 3차 북미정상회담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극단적인 행보가 아닌 설전을 통한 기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오늘 김여정 담화는 비건으로부터 넘겨받은 공을 최선희가 아닌 김여정이 다시 되받아친 격”이라며 “그리고 지금 단계에서 현상유지를 원하는 미국 대 현상타파를 원하는 북한의 지루한 공방전의 전조를 다시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김여정은 이번 담화를 통해 대남뿐 아니라 대미까지 총괄하는 핵심 실세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며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임 교수는 “이번 담화를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관계뿐만 아니라 대미관계도 사실상 총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당연히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