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여울의 언어정담] 비난에 대처하는 용기

작가

정여울 작가정여울 작가



내가 타인의 비난과 공격으로부터 맷집을 키우는 방법은 주변 사람들의 좋은 사례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이다. K 선생님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처음 만나는 한 사람으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신의 글은 쓰레기예요!” 이렇게 심한 비난을,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받았으면서도 K 선생님은 굴하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글이 그렇게 별로인가’하는 의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새삼 전열을 가다듬고 더욱 진지하게 글쓰기에 매진했다. 그토록 무례하고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의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처를 자신의 무기인 글쓰기 재능을 더욱 신중하게 제련하고 자신의 삶을 더욱 투명하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강인한 사람들은 타인의 공격에 쓰러지기보다 그 공격조차도 새로운 창조성을 위한 기회로 삼을 줄 안다. 돌이켜보면 ‘정말 그 사람의 비난이 맞으면, 그 사람의 공격이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나를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타인의 비난으로 인한 자기 공격의 사슬을 끊어내야만, ‘걸핏하면 상처 입은 나’를 ‘어떤 상처에서도 나를 스스로 구할 수 있는 나’로 성장시킬 수 있다.


내가 개발한 상처치유와 재능 개발의 동시적 협상안은 바로 나의 ‘개인적 모니터요원’들을 곁에 두는 것이다. 내 글을 애정과 객관성을 동시에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가장 가까이 두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이지만 그저 칭찬만 해주지 않고, 비판도 세련되게 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다. 나 혼자는 도저히 길을 찾을 수 없을 때는, 그런 따뜻하고 눈 밝은 사람들과 함께 길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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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비난에 대처하는 직설화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근거 없는 소문이나 악성댓글로 마음이 정 힘들 때는 나를 공격한 바로 그 사람들을 떠올리며 상상 속에서 이렇게 말해준다. 나는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전사다. 당신들은 내가 싸우고 있는 링 위에 있지 않잖아. 난 나의 아레나에서 홀로 싸우고 있어. 나를 응원하고,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나, 혹은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들만이 나를 비판할 권리가 있어. 이렇게 그 사람들을 향해 상상 속으로라도 펀치를 날려주면,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비난에 직접 맞설 때 내 정신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내 소중한 시간이 얼마나 날아가는지 알기에, 차마 비난에 하나하나 대응할 수는 없다. 그 시간에 더 좋은 글을 쓰고, 더 좋은 글을 읽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 이제 나는 나를 보호할 권리를 스스로 찾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불특정다수의 근거 없는 비난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음을.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자들의 마음속에는 비난이나 비판을 담아둘 공간이 없어야 함을. 비판과 비난의 댓글에 궁금할 시간에, 타인의 평가에 휘둘릴 시간에,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에 나를 던져야 함을.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할 시간에 나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글을 쓰고 싶다. 당신이 오늘도 누군가의 비난 때문에 가슴 아팠다면, 나는 당신께 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나는 매일 나를 향한 비난과 싸운다고. 하지만 결코 그 비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마음돌봄 훈련을 하고 있다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비난에 일희일비할 시간이 없다고. 우리에겐 오직 나를 사랑하고 가꾸고 더 나은 존재를 향해 비상할 시간만이 남아 있다고. 그 외에 허비하는 모든 시간은 나를 파괴할 뿐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글에 대한 댓글을 보고 싶은 열망을 누르고,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한권을 펼친다. 나는 나를 연출하고 싶지 않고 치장하고 싶지 않다. 오직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빛들로 세상과 싸우고 싶다. 그리고 하마터면 크게 넘어질 뻔한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나는 내 상처보다 강하다. 나는 나를 향한 비난보다 더 강력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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