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카카오·엔씨소프트가 ‘시가총액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들 기업은 각종 무형자산에 기반한 신사업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한번에 잡으면서 모두 3년 내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정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이 소멸하고 있는 만큼 이들 ‘언택트(비대면)’ 기업이 실질적인 ‘실적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실제로 ‘언택트 3총사’의 영업익 합계는 지난해 1조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조원대를 훌쩍 넘고 오는 2022년에는 4조원대에 달하면서 플랫폼 산업 팽창의 최선두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시가총액 49조1,148억원을 기록해 삼성바이오로직스(48조3,666억원)를 제치고 상장사 3위로 올라섰다. 카카오(31조2,293억원)와 엔씨소프트(20조7,246억원)를 합치면 시가총액이 총 101조68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55조8,470억원)에 비해 1.8배나 늘어났다.
당장 이들 기업에 돈이 쏠리는 것은 실적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지난 2019년 7,101억원에서 올해 9,876억원을 기록한 후 2022년에는 1조7,449억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네이버가 2022년에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령 유안타증권은 네이버의 2022년 영업이익 전망치로 2조9,216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2조7,217억원)을 웃돈다.
카카오의 경우 영업이익이 지난해 2,068억원에서 2022년 7,99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KT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유안타증권은 카카오가 2022년 연간 1조원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봤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이 실적을 내는 원동력이 각종 무형자산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무형자산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비교적 효율적으로 자본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유통업처럼 공장·매장·재고 등 유형자산으로 사업을 벌이는 경우에는 경기 순환에 민감하다. 위기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불경기에는 가동하지 못하는 설비도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게임 업체처럼 무형자산을 투자수익으로 삼는 기업들은 이 같은 ‘투자 사이클’에 휘둘릴 염려가 적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형자산의 경우 투자 사이클이 없다”며 “더구나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 역시 안정적이라 굳이 자본을 쌓아놓을 필요도 없어 자본을 가볍게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순환 사이클이 없어지면서 전통산업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언택트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통산업의 경우 경기 하강기에 투자를 늘려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전략을 주로 쓰는데 불황이 고착화하면서 이 같은 방식이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정보기술(IT) 플랫폼 산업은 기존 제조업종과 달리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있다. 가령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웹툰 등 자회사를 활용해 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으며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지·카카오스토리·카카오뱅크 등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로 대표되는 게임 IP를 활용해 다양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제조업종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IT 플랫폼 등 일부 업종으로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