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팬더믹의 시대입니다. 휴가철이 다가오는데, 갈 곳이 없습니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조차 조심스러운 시기입니다.
이런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는 마음에서일까. 방구석에 앉아서 클릭 한 번으로 지구 상의 낯선 장소에 ‘뚝’ 떨어질 수 있는 웹사이트가 최근 한국에서 화제입니다. ‘맵 크런치(www.mapcrunch.com)’ 얘깁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 일명 ‘맵 크런치 게임’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맵 크런치는 구글 맵을 기반으로 세계 각 지역의 랜덤한 장소를 띄워주는 웹사이트입니다. 웹사이트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지구 반대편의 길거리를 활보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맵 크런치에 접속해보니 유럽 남부 발칸반도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잡은 몬테네그로의 한 해안가 마을이 나오네요. 오른쪽으로는 꽃이 흐드러지게 펴있고, 왼편으로는 청량한 바다가 펼쳐진 이국적인 모습에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길을 잃었다"…공항 한번 찾아보세요
공항을 정말 찾고 싶은 분들을 위해 팁을 드리자면 ‘GO’ 버튼으로 새로고침을 해서 도심으로 보이는 곳에서 시작하는 게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미가 덜하지만 한국을 고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러 번 새로고침을 하다 공항 앞에서 시작했다거나, 머리 위로 비행기가 보이는 곳이 나왔다는 분들도 종종 보이더군요.
저 역시 몇 번의 시도 끝에 공항을 찾는 데 성공했는데요. 10분 정도 난생 처음 가보는 도시 어딘가를 헤매며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비행기 그림이 그려진 듯한 표지판을 발견했습니다. 이후에는 일사천리였죠. 공항을 찾아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맵 크런치는 사실 ‘게임’으로 출시된 서비스는 아닙니다. 구글 스트리트 뷰의 DB(데이터베이스)에 간단한 기술을 더한 재미있는 웹사이트죠. 이용자들이 후발적으로 맵 크런치에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더해 탈출게임으로 만든 셈입니다.
인터넷에서 취합한 정보에 따르면 이 게임은 지난 2012년에 최초로 제안되었다고 하니 벌써 역사가 8년은 된 게임이네요. 한 텀블러 유저가 “맵 크런치에서 공항을 찾아 집으로 탈출해보자”고 글을 올렸던 게 시초라고 합니다.
최근 SNS에는 맵 크런치를 둘러싼 재미있는 게시글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설산에 버려졌다던가, 바닷속에서 시작해 당황했다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막막함을 겪어볼 수 있었다는 사람부터, 길을 걷다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다는 후기도 있네요. 클릭할 때마다 해변, 초원, 도시 등 세계 각지의 이색적인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져 ‘힐링’이 된다는 간증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상에 지쳐 어디론가 아주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 맵 크런치로 잠시나마 힐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언젠가 실제로 그곳을 걷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