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현대백화점 새벽배송, 현대글로비스에 맡긴다

'현대식품관 투홈' 내달 초 시작

물류창고·배송 모두 위탁하기로

과다 투자 피하고 경영효율 높여

쿠팡·마켓컬리·쓱배송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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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8월 초 새벽배송 시장에 전격 뛰어드는 가운데 물류창고와 배송 업무를 ‘범 현대가’인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에 맡긴다. 물류창고와 배송을 위탁해 투자를 줄이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그룹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도 이번 계약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새벽배송 사업을 위한 물류창고 업무와 배송을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현대글로비스와 최근 체결했다. 파트너사 선정은 공개입찰을 통해 이뤄졌다.


현대백화점은 8월 초 ‘현대식품관 투홈’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론칭하고 새벽배송을 시작한다. 오후 11시까지 들어온 주문에 대해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쿠팡의 ‘로켓프레시’, SSG닷컴의 ‘쓱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 나름의 진입장벽을 쌓아올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이같은 계획이 알려진 이후 물류창고와 배송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신선식품 전자상거래의 핵심 경쟁력은 ‘상품’과 ‘배송’이기 때문이다. 쿠팡과 SSG닷컴, 마켓컬리 모두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갖추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매일 상당한 운영비용을 썼기에 이 시장에서 현재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의 선택은 의외였다. 물류창고와 배송을 모두 위탁시킨 것이다. 현대식품관 투홈의 상품이 출발하는 경기도 김포의 ‘M4’ 물류센터는 현대백화점이 아닌 현대글로비스가 임차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체 국내 물류 시스템과 노하우를 활용해 현대백화점 상품을 각 가정에 차질없이 배송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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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신선식품 전자상거래의 핵심 경쟁력 중 한 축인 ‘물류와 배송’을 현대글로비스에 위탁한 것은 과다한 투자를 피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물류센터를 짓고 자체 배송망을 갖추는 데는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다. 쿠팡이 그간 3조 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낸 것도 물류센터와 로켓배송 시스템에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다. 항간에서 ‘로켓배송 1건당 원가가 1만 원이 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켓컬리 역시 신규 투자를 유치해 적자를 견뎌가는 구조다. 티몬과 위메프도 한 때 유사한 형태의 신선식품 사업을 시도했다가 철수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새벽배송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하면서 아주 영리한 선택을 했다”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가 이번 선택의 배경인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은 53.1%, 자본유보율은 무려 3,641.1%일 정도로 경영이 보수적이다.

현대백화점이 위탁 파트너를 현대글로비스로 선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대외적으로 드러내놓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대백화점 물류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해왔다. 현대백화점이 매년 매년 추석과 설선물 배송을 맡기는 곳이 현대글로비스다. 범 현대가라는 유대를 넘어 업무적인 신뢰를 쌓은 관계라고 뜻이다.

현대글로비스가 김포 물류센터까지 임차한 것도 주목을 끈다. 배송만이 아니라 창고까지 운영한다는 것은 곧 식품 소매 분야에서 풀필먼트(물류일괄대행) 사업을 운영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풀필먼트란 상품 입고, 분류, 재고관리, 배송 등을 모두 수행하는 사업으로 최근 쿠팡 등 유통사와 CJ대한통운 등 물류사가 모두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계약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그룹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외부 일감을 더 따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게다가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일감몰아주기 대상을 현행 총수일가 지분 비율 ‘상장사 30%·비상장사 20%’에서 일괄 20%로 바꾸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어 이 부분은 더욱 예민하다. 현재 현대글로비스 총수 일가 지분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6.71%와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23.39%를 더해 29.99%(1,124만9,991주)다. 이 회사 지분 30%에 해당하는 주식 수는 1,125만 주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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