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측량한 데이터를 건설현장 작업자들이 추가로 가공하지 않아도 손쉽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드론 데이터 플랫폼으로 건설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기술개발에 더욱 힘을 쏟겠습니다.”
측량데이터기술 스타트업 엔젤스윙의 박원녕(29·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드론이 찍은 사진과 데이터를 곧바로 건설공사에 적용할 수 있는 특화된 서비스로 승부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엔젤스윙이 지난 2018년 내놓은 ‘건설 드론데이터 플랫폼’은 주로 광대한 토목공사 현장에서 드론이 찍은 항공사진 등 데이터를 처리해 공정현황을 3차원(3D) 모델로 보여준다. 보통 100~200헥타르(100헥타르는 1㎢) 크기를 드론이 입력된 경로를 따라 비행하며 현장을 스캔하면 건설현장 관계자는 플랫폼으로 실제 작업량 등 공정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340헥타르에 달하는 전남 영암발전소 현장에도 엔젤스윙 플랫폼이 쓰였다.
드론은 사람이 하는 측량에 비해 시간·비용을 대폭 줄인다. 박 대표는 “100헥타르를 2명이 14일 동안 할 측량을 드론은 하루 만에 끝낸다”며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비용도 10분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드론촬영은 이미 건설현장에 상당수 도입됐고 국내외 서비스업체도 많다. 문제는 데이터 처리다. 보통 드론 촬영·데이터는 외부업체를 통해 다시 합성·가공 등을 거치면서 시간·비용이 더 발생하는데 엔젤스윙은 이 문제를 플랫폼으로 풀었다. 데이터가 업로드 되면 자동 편집기능으로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가 곧바로 측량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데이터 전문가 없이도 현장 시공 관계자들이 작업 전 문제를 찾고 풀 수 있도록 전초 작업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 업데이트된 버전2.0은 3D데이터처리 엔진이 강화되고 시간별 데이터도 볼 수 있게 했다. 그는 “가령 2개월 전 데이터를 꺼내 현재 현장 지형과 토량(흙) 등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시공간이 결합된 데이터인 셈”이라고 말했다.
엔젤스윙 플랫폼을 도입한 국내 현장은 50군데가 넘는다. 국내 상위 건설사 20군데 중 절반가량이 이 플랫폼을 쓰고 있으며 캄보디아 쓰레기산이나 인도네시아 재난현장 모니터링 용도로 해외에서도 적용됐다.
박 대표는 재난·환경오염 현장에서 쓰이는 드론에서 처음 창업 영감을 얻었다. 미국 조지아공과대를 휴학 중인 그는 2015년 서울대 교환학생이던 당시 네팔 지진피해복구를 위해 드론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듬해 엔젤스윙을 세웠다. 해외 재난현장의 드론 프로젝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스타트업 분야 30대 이하 아시아 리더’에도 선정됐다.
엔젤스윙이 사회적 기업은 아니지만 사회적 문제에 기술적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박 대표의 중장기 목표다. 그는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집중하면서 재난·환경 문제 해결에 좋은 에너지를 주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