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보릿고개를 힘겹게 견디고 있는 정유업계가 이달 세금 부담이 몰리면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수요 급감→유가 하락→재고 손실→유동성 악화’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금 납부 유예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회사별로 국세청 등에 세금 납부 추가 유예와 분할 납부를 건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정부가 상반기에 유예했던 원유 관련 세금들을 이달 말부터 한꺼번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유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4월 판매분 유류세와 석유수입부과금 등의 납기를 3개월 미뤄줬다. 세수 비중이 큰 유류세는 월간 납부액이 2조 원에 달해 앞서 유예받은 4월분 세금과 7월에 발생한 당월분을 동시에 내면 정유사의 유동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유 업계는 일시 유예가 어렵다면 분할 납부라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유 업종이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됐지만 그보다는 세금 유예가 더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력 수출산업인 정유 업계는 1·4분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를 냈다. 국내외 석유제품의 수요가 급감하며 일부 기업들은 세금 납부를 위해 회사채까지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1·4분기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세금을 유예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2·4분기에도 조원단위 적자가 예상돼 추가 유예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유 업계의 이런 요청에 대해 세수 부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지역 관세청은 현재 정유사들과 오는 9~11월분 관세의 추가 유예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세관은 최근 SK에너지의 9~11월 원유 관세를 12월15일까지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