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 시 납부하는 취득세를 지금보다 2~3배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한 ‘7·10대책’에 이어 ‘토끼몰이’식 규제로 매물을 내놓도록 옥죄는 것이다. 다만 현재 최고 50%인 증여세율 자체는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여 취득세도 2배↑…다주택자 ‘세금 4종세트’ 완성 |
현재 자녀나 배우자가 부동산을 증여받았을 경우 증여세와 함께 취득세를 내야 한다. 현재 증여 시 취득세는 ‘기준시가’에 대해 단일세율로 4.0%(3.5%에 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를 매긴다. 정부는 이를 2배 이상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7·10대책에서 2주택자가 되는 경우 취득세율을 현행 1∼3%에서 8%로, 3주택 이상은 12%로 높인 만큼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일반 취득세와 함께 법 통과 직후부터 시행해 다주택자들이 추가 매수하거나 증여하는 데 부담을 줄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부동산 증여세만 조정하기는 힘들고 세율 자체를 높이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조만간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정기국회까지 가기에 늦다고 판단하며 다른 법안들과 함께 7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 절차상 14일까지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헐값에 파느니 증여하자” 늘고 있는데…더 늘어날 수 있다 관측도 나와 |
여기다 내년 6월 이후부터는 3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최대 72%로 높아지지만 증여세 최고세율은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로 더 낮아 다주택자들이 매각보다 증여하는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상징후적으로 증여로 회피한다면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지금 별도로 검토하고 있고 마무리되는 대로 보완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거센 조세저항을 의식해 증여세 자체 세율을 더 높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증여세 최고세율을 60%로 인상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세율 자체를 추가로 높이기는 사실 쉽지 않다. 증여세의 경우 아파트뿐만 하니라 기업상속·현금·주식 등에 대해 폭넓게 적용되는데 집값을 잡으려고 건드렸다가는 증세 이슈로 번져 엄청난 조세 저항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결국 상속을 해야 한다면 증여를 택하겠지만 양도세와 보유세가 높다고 해도 3억~4억원을 내라면 자녀도 현금 마련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현재 5년인 이월과세 적용 기간을 늘려 증여 유인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거론된다. 배우자나 부모로부터 받은 부동산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팔 경우 최초로 취득할 당시의 가격이 아니라 증여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낸다. 일례로 아파트 한 채를 7억원에 장만해 시가 10억원일 때 증여하고 이를 6년 후 12억원에 매도하면 2억원 만큼의 양도차익이 발생했다고 본다. 그러나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팔면 이월과세 규정을 적용, 최초 취득가 기준으로 세금을 물게 된다.
/하정연·황정원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