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44)는 공적 마스크 제도가 종료된 다음날인 13일 오전 출근길에 약국 한 곳을 찾았다가 황당함을 느꼈다. 불과 이틀 전 1,500원이던 보건용(KF)94, KF80 마스크 값이 2,500원으로 뛰어 있었다. 중국산 일회용 마스크도 한 장당 1,000원꼴이었다. 가격에 부담을 느낀 A씨는 기존에 쓰던 마스크를 며칠 더 쓰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지난 12일 정부가 마스크를 한 장당 1,500원에 공급하는 공적 마스크 제도를 종료하고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공급체계로 전환하자마자 약국에서 판매되는 마스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경제가 세종시 약국들을 돌아본 결과 보건용 마스크가 한 장당 2,500원에 판매됐다. 공적 마스크 제도가 시행되던 지난주만 하더라도 공식 지정 가격인 1,500원에 판매되던 마스크다.
한 약사는 “공적 마스크로 들어왔던 마스크는 모두 반품시켰다”며 “소형 사이즈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 약국은 오는 15일까지 지오영 컨소시엄, 백제약품 등 공식 납품업체에서 공급받은 공적 마스크 재고 물량을 반품하기로 했다.
공적 마스크는 마스크 생산업체가 조달청과 일괄 계약하고,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납품 업체(지오영·백제약국)에 한 장당 900~1,000원에 공급하면 납품업체는 이를 약국에 1,100원을 공급하는 구조였다. 약국은 400원 남짓 마진을 남기고 일반 소비자한테 판매했다. 공적 마스크 가격이 1,500원으로 묶이면서 인건비 등 운영비와 세금 부담 등을 감안하면 약국이 실제 손에 쥐는 마진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에 일부 약국들이 공적 마스크 제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적 마스크 제도가 끝나면서 조달청, 식약처는 공급 구조에서 완전히 빠졌다”면서 “마스크 생산 업체가 직접 납품업체와, 약국과 계약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던 초창기에 비해 물량이 충분히 풀려있는 만큼 수요 대비 공급이 넉넉해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소폭 인상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상황이 끝날 때까지 마스크는 필수 방역 물품”이라며 “생산, 유통, 가격 동향을 매일매일 점검하고 시장기능을 왜곡하는 매점매석 등 불공정 거래행위는 더욱 엄정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약국 판매 가격이 가장 비쌌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인터넷이나 편의점 등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서 “이는 시장 원리에 따라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