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n번방'도 '손정우'도…성폭력 이슈에 침묵하는 여가부

"학자출신 이정옥 장관 한계" 지적

박원순 시장 의혹에도 함구할듯

텔레그램 ‘n번방’ 가담자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연합뉴스텔레그램 ‘n번방’ 가담자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연합뉴스



아동·청소년 보호와 성폭력 예방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최근 ‘n번방’ 사건과 손정우 출소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입장 발표를 주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법부가 판단을 내리는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인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여성 이슈가 이어지는 국면이어서 여가부의 침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씨의 미국 송환이 취소된 것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원 결정이 나온 지난 6일 관련 의견을 물었지만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송환이 불발된 손씨를 놓고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여가부 관계자는 며칠이 지난 후에야 서울경제에 짤막한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아동 성착취물 범죄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해당 의견도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밝힌 것이어서 여가부가 주무부처의 역할을 외면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가 손씨 출소에 함구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사법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다. 행정부 입장에서 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린 사안에 의견을 내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여가부는 재판이 진행 중인 ‘n번방’ 사건에 대해서도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잇따른 성착취 사건에 대한 여가부의 침묵을 두고 학자 출신인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으로 전 여가부 수장이었던 진선미 전 장관이 재임 당시 정준영 집단 성폭행 사건이 터지자 긴급협의회를 열어 장관 명의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여가부가 이날 장례를 마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도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박 시장의 사망을 추모하는 상황에서 여가부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은 입법부인 국회의 미움을 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날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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